주요 제약사, 2분기 성장세 유지
코로나 재확산으로 반사효과 누려
탄력받은 김에 신약 개발 ‘총력전’
막대한 투자비용은 전진의 걸림돌
제약업계는 2분기(4~6월)에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증가하면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지속된 영향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도 웃을 수 있을까. (CNB뉴스=손정호 기자)
<관련기사>
[2분기 핫실적①] 위기의 한국증시…‘안갯속’ 증권업계
[2분기 핫실적②] 날개 꺾인 뷰티업계…중국 털고 북미로
제약사들은 2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보령(옛 보령제약)은 이 시기(4~6월)에 별도 기준 매출 1722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1.4%, 64.3% 성장했다.
한미약품은 연결 기준 매출(3165억원)과 영업이익(296억원)이 13.3%, 86.2%씩 늘었고, GC녹십자는 매출(4232억원)과 영업이익(131억원)이 9.2%, 18.0%씩 증가했다.
매출은 늘었으나 이익이 줄어든 곳도 있다.
유한양행은 별도 기준 매출(4680억원)이 10.4% 성장했지만, 영업이익(108억원)이 61.9% 줄었다. 종근당도 별도 기준 매출(3648억원)이 11.6% 커졌으나 영업이익(281억원)은 16.5% 작아졌다.
매출만 놓고 본다면 주요 제약사들 대부분이 좋은 실적을 거둔 셈이다.
이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전염병)에도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 이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각인 되면서 의약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보령은 항암제와 CNS(Central Nervous System·중추신경계) 의약품, 수탁 사업(CMO) 등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 패밀리’, 당뇨병 치료제 ‘트루리시티’, 진해거담제(기침·가래를 완화시키는 약) ‘용각산’ 등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한미약품은 국내 원외 처방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고혈압 복합신약 ‘아모잘탄 패밀리’,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갔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매출 1060억원), 처방의약품(811억원), 소비자헬스케어(509억원) 등의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계열사인 GC셀(검체 검사와 바이오 물류), GC녹십자웰빙(주사제 등)도 힘을 보탰다.
유한양행은 기존 일반·전문 의약품 부문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종근당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피로우’,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가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 실적도 효자 노릇을 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의하면 2분기에 코오롱생명과학, SK바이오팜 등이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로 기간을 늘리면 종근당바이오, GC셀 등 총 9개 기업이 해외에 기술을 수출했다. 계약 금액을 공개한 7개 기업의 수출액만 3조원을 넘었다.
GC녹십자는 2분기에 남반구 국가에 수출한 독감 백신 매출이 66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혈액제제 부분에서도 해외 판매가 확대되며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한미약품은 중국 법인인 북경한미약품이 선전했다. 북경한미약품은 2분기에 매출(786억원)과 영업이익(171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32%, 99% 증가했다. 중국 현지의 호흡기 환자가 늘어나 감기약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건강기능식품도 한몫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건기식 온라인 쇼핑몰을 리뉴얼하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 결과, 호실적을 가져왔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 절실”
하반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돼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다시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하반기에 코로나 치료제와 진단키트 등 관련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기초·전문 의약품과 건기식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원숭이두창 등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했으며, 코로나 이후에 다른 종류의 팬데믹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들은 자가면역질환, 비알코올성지방간 치료제 등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형태로 신약 연구와 개발을 추진하고, 관련 투자도 늘리고 있다.
다만 제약 분야의 투자 비용이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신약 1개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시험 1~3상을 거쳐야 하는 등 기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 비용이 높은 편이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2분기에 유한양행과 종근당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정책 보고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인 제약·바이오 육성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약업계의 발전을 위해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정비해야 하고, 선진국형의 규제과학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2분기에는 기존의 기초, 전문 의약품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사업 파트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신약 연구개발비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