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랜드에 오픈한 ‘KT로봇관’
사람 대신 로봇이 서빙·방역 ‘척척’
대대적 투자로 로봇사업 확 키운다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저물어 갑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을 맞는 기대감 때문일까요? 재밌고 새롭고 신선한 곳이 봄 새싹 나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움츠려서 아직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먼저 가봅니다.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빠릿빠릿한 두 직원이 근무하는 전자제품 매장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정오 무렵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전자랜드. 3층에 올라가자 진열된 가전제품 사이로 허리 높이만한 로봇이 미끄러지며 등장했다. 선반에 쿠키며 사탕 등을 잔뜩 실은 로봇은 부드럽게 방문객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도탑게 간식을 권했다. 그러다 행여 부딪치려나 싶으면 멈추고, 번잡하면 아예 다른 길로 돌아갔다. 깐깐할 만큼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며 방문객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방역 중입니다"를 외치는 다른 로봇이 실내를 소독하며 활보했다. 머리에는 '바이러스 킬러 임무 수행 중'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표식이다. 주전부리를 나르고 내부를 방역하는 두 ‘직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단순 반복되는 업무를 군말 없이 이행하고 있었다는 것. 이달 중순 이곳에 고용된 KT의 서비스로봇과 방역로봇은 점심시간에도 지난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미래 먹거리로 ‘AI 로봇’을 낙점한 KT가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로봇을 발 빠르게 취업시키고 있다. 쇼핑 공간, 호텔, 식당에 서빙 등 특화된 능력을 갖춘 직원을 대거 보급하면서 로봇이 일하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특화된 업무능력? 생활공간에 취업
이력서에 적을 보유기술이 빼곡한 것이 특징이다.
방역로봇의 경우,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바이러스를 99.9% 이상 살균하는 친환경 플라즈마 방식을 채택해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도 방역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하단에는 UVC(자외선 파장) LED가 탑재돼 바닥에 떨어진 비말 등 바이러스에 대한 동시 방역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생활 유해가스 등을 겨냥한 공기 청정 기능도 제공한다.
원활한 움직임을 돕는 기능도 대거 품고 있다.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센서 기반의 안전한 자율 주행, 자동충전 등의 기술이 적용돼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며 공간 전체에 대한 상시 무인 방역이 가능하다.
서비스로봇은 서빙 및 안내, 퇴식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총 30kg을 적재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 두 로봇은 모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제어 할 수 있다.
KT는 다양한 업무 능력을 무기로 로봇의 현장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닥터부동산홍보관에 ‘KT AI 방역로봇’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 경우다. 해당 직원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상가를 시작으로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동, 서초구 반포동, 서초동 등에 있는 부동산홍보관에 순차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여기서 나아가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새로 오픈하는 약 100여 부동산홍보관에도 AI 방역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로봇을 알리기 위한 쇼케이스도 열고 있다. 전자랜드와 손잡고 서울 용산 전자랜드 3층에 연 ‘KT로봇관’이 그런 경우다. 영사는 이곳에서 서비스로봇과 방역로봇을 시연하고 판매까지 하기로 했다.
KT 측은 “용산 전자랜드의 협력 모델을 바탕으로 전국 32개의 전자랜드 주요 거점에서 교육 및 홍보를 진행하고, 전자랜드와 로봇사업 협력을 전국으로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트폴리오 늘리고 투자도 거세게
로봇과 관련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가운데, 투자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지난 1년간 KT는 AI서비스로봇, AI호텔로봇, AI케어로봇, 바리스타로봇, AI방역로봇 등 로봇 서비스 플랫폼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앞으로도 본격 성장하는 로봇 서비스 시장 공략을 목표로 배송과 물류, 환경, F&B 등 신규 영역으로 보폭을 지속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달려 나가기 위한 연료도 가득 채웠다.
지난 10일 KT그룹은 2026년까지 5년간 ▲네트워크 ▲디지코 ▲벤처·스타트업 분야에 27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면서, 그중에서도 그룹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AI, 로봇, Cloud, 미디어·콘텐츠 등 디지코 분야에 12조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겠다며 밝힌 계획표에 로봇 영역을 넓게 그린 것이다.
당시 구현모 KT 대표는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제시하고 생태계를 발전시키며,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