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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민국은 평등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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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2.06.02 11:11:45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은 부에 있어서 가진 자, 덜 가진 자, 그리고 못 가진 자로 나뉘는 이른바 계급사회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게 돼 대대손손 더욱 배불리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 서민은 하루하루 힘겨운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양극화가 극심하다. 통계청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보유액이 10억원 이상 가구는 9.4%다. 1억원 미만인 가구는 30.3%, 1억~2억 미만 가구는 15.9% 등의 순으로 3억원 미만 가구가 전체의 58.7%를 차지하고 있다. 즉, 10가구 중 1가구만 10억원 이상의 재산이 있다는 것이다.

온전히 노력과 성실로 부를 축적했다면 이의가 있을 순 없다. 하지만 탈법적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행태는 응당 단절시켜야 한다. 태어나서부터 부의 계급이 정해져 있다면 암울하다.

소위 아빠·엄마찬스를 비롯해 ‘기회’가 가진자들에게만 주어진다면 그것은 불공정·불평등이며 ‘차별’이다. 국민 누구나 동아줄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공정·평등하게 골고루 배분돼야 한다. 노력하면 누구나 잘살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이 헛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토록 공명정대한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새정부에 바라는 기대다.

더불어 권력과 지위에 따라 우리가 사는 세상은 평등사회가 아니라고 감히 단언한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대원칙이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서민층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켜야 할 기준(법) 혹은 도덕적 관습에 따라 ‘선과 악’을 판단한다. 이를 어길 경우 죗값을 치르거나 배척당한다.

반면 일부 소수의 상위·특권층은 순전히 ‘좋음과 싫음’으로 가치를 판단한다. 사회구성원 누구나 지켜야 할 규범 질서 따위는 철저하게 무시한다. 그래도 되는 모양새다. 위법과 불법 등으로 마땅히 제재를 받아야 할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타격이 없다. 외려 뻔뻔한 태도로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는 안하무인의 행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인간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기본적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 ‘인권’에 있어서만큼은 성역이 없어야 한다. 가타부타 긴말이 필요 없다. 언급한 신분고하를 막론한 계층간 차별은 용납될 수 없고 무조건 수평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절대 침해돼서는 안 되고 응당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곧 ‘차별금지법(평등법)’이 대두되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4건의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법률안’이 계류중이다. 이 제정안들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수단을 도입하려는 취지로 발의됐다.

성별, 나이, 인종, 장애, 병력, 출신지역, 혼인여부, 가족형태, 종교, 성적지향, 성적정체성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서비스에서 이뤄지는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성적괴롭힘), 차별을 표시·조장하는 광고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것.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고, 유엔으로부터도 9차례 이상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받은 바 있다.

이에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지난 2007년 정부입법으로 제안된 것으로 시작으로, 국회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논의에 진척이 없고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21대 국회에서도 4건이 제출돼 있지만, 입법의 첫 관문인 상임위 소위에서부터 막혀 표류중이다.

이유인즉,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성별정체성’이 차별금지사유에 해당할 경우 다양한 성별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 남성과 여성의 성별 개념에 근거한 기존 국가의 신원(身元)체계나 법질서의 근본적인 변동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청원 4건이 제출돼 있는데 그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해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도덕을 파괴할 뿐 아니라 헌법을 위반해 신앙과 양심,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 다음 세대에 바른 가치관과 윤리관을 물려줄 수 없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건강한 미래를 파괴할 수 있다”며 절대 반대를 부르짖고 있다.

입증책임 전환도 쟁점이다. 원칙적으로 현행 민사소송 체계에서는 피해자(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나, 이를 상대방(가해자)에게 전환 또는 배분토록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영계에서도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과 자유시장 경제질서 및 기업 자율경영을 심각히 위협하고, 무엇보다 고용상 차별문제는 노동관련 전문가조차도 판단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평등법은 16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따라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에 무게추가 기울어질 순 있겠다. 그러나 이를 구실로 언제까지나 미뤄둘 순 없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평등이라는 존엄한 가치가 훼손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게 방치할 순 없다.

일단 평등법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인권위가 지난 4월 실시한 ‘평등에 관한 인식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 대상)’에서 ‘차별해소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라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8명이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에 10명 중 7명이 동의(67.2%)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8.0%였다.

차별은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 색안경 끼고 억압·착취하고 무리에서 배척한다면 나 또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없다. 현재 다수의 무리에 속해있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계속 유지된다고 할 수 없다. 고정불변이 아니다.

앞서 서술한 양극화에는 분노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불평등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모두가 사회구성원이다. 감히 함부로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는 자, 그 누구에게도 없다.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인권을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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