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글로벌 경제·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문별 사장단 회의를 열어 경영상황을 긴급히 재점검하고 기존 경영전략을 재검토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5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유화·에너지 사업부문(한화솔루션 케미칼/첨단소재/큐셀, 한화 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토탈에너지스 등)은 지난 4일 사장단 회의를 열어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경영현안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가한 CEO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상하이 봉쇄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매출 감소와 같은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및 물류 대란, 금리 상승 등 위기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보고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화솔루션 남이현 대표는 “유가를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위기 상황에서도 차질 없는 성과를 내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등 포트폴리오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유화·에너지 부문 외 기계·항공·방산 부문, 금융 부문, 건설·서비스 부문 등 한화그룹 내 타 사업부문도 지난달 말 사장단 회의를 열고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검토와 대책을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진행된 사장단 회의가 평소 정례회의와 달리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실제 4월말 발표된 주요 계열사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화그룹 국내계열사 총자산은 229조원으로 전년 대비 12조원 증가했다. 매출액은 61조1300억원으로 4조4800억원(7.9%) 늘었고, 당기순익도 3조1570억원으로 1조3370억원(73.4%) 증가했다. 또한 재무건전성지표인 비금융계열사 부채비율도 109.3%에서 105.1%로 낮아지는 등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 보면, 연결 기준 ㈜한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전반적인 제품 생산과 출하, 금융상품 판매 등은 늘어났지만, 원부자재 및 물류비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로 이익은 줄어든 것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솔루션 1.3조, 한화시스템 1.2조 규모의 유상증자를 모두 성공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올해도 약 15억 달러의 외화 조달을 통해 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위기 상황에 따른 대응 프로세스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생산차질 최소화를 위해 안전재고 물량을 확대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급선 다변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환율 급등 및 금리 인상에 대비해 환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 자금조달 방안 수립 등으로 현금흐름 개선 및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각 사 이사회와 대표이사 중심의 독립·책임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사 사업군별 공통 이슈와 현안에 대해서는 4개 사업부문별로 정례 사장단 회의를 통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