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 카페’가 뭐기에…세번 만에 겨우 예약
초심자에겐 높은 난도…탈출 노렸는데 구출돼
MZ세대는 아우르는 나이폭(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만큼이나 규정짓는 특성도 다양하다. 강한 소신, 모험 정신, 과단한 실천력 등 이들을 일컬어 꼽는 말들이 많다. 그러나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이런 수식어들을 지탱하는 기반은 '재미 추구'이다. 신선한 즐거움이 있어야 MZ세대는 반응한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해 흥미로운 요소를 골몰하고 발굴하는 배경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류에 맞서는 기업들의 공략법은 먹힐 것인가. CNB뉴스 MZ세대 기자들이 그 물음과 응답 사이에 들어가 본다. MZ, 퍼니(funny)하니? <편집자주>
글쓴이 TMI. 내 나이가 송구스럽다. 5공화국이 들어설 때 태어나 MZ세대의 막차에 올라탔다. 20년의 간극을 떠올리면 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어쩌겠냐 하며 받아들여 보는데 마뜩잖다. 요즘 ‘우리’가 즐긴다는 일련의 활동들을 보면 거리감이 더욱 느껴진다. 생소한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이 연재를 통해 그 낯섦을 줄여보려 한다. |
실패-실패-성공
삼고초려 끝에 겨우 성공했다. 고작 5분 늦었다고 번번이 예약에 실패했다.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기회를 좀체 잡기 어려웠다. LG전자가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려 진행 중인 ‘ThinQ 방탈출 카페’는 입성부터 어려웠다. 다음 주차 예약을 전주에 미리 시간을 정해 받았는데 인기 스타의 공연 티켓팅 뺨쳤다. 열리고 5분이 지나지 않아 만석을 기록했다. 느긋하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불가’란 메시지 앞에 두 차례 좌절했다. 지금은 ‘특별연장 운영’으로 행사를 2주 더 늘렸지만 당초에는 3주였다. 세 번의 기회 중 두 번을 날려버린 터라 자포자기에 이르렀을 무렵 가까스로 마지막 체험 기회를 얻었다.
예약을 잡고 나서도 초조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 사이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르포’ 등의 제목을 달고서다. 이 기사는 어쩔 수 없는 뒷북이 되어버릴 것이다. 부담이 가중됐다. 늦게 쓰는 주제에 못 쓰면 어쩌나 마음이 무거워졌다. 초조한 이유 중 또 하나는 생소함이었다. ‘우리’ 세대에서 인기라는 방탈출을 해본 적이 없었다. 탈출. 얼마나 무시무시한 단어인가. 지금 어딘가에 얽매여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지 않은가. 발걸음이 좀체 떨어지지 않았으나 이제 물러설 곳은 없었다. 압박감에 정신이 먼저 탈주하기 전에 성수동에 위치한 카페 할아버지 공장을 찾아 방탈출을 시도해봤다.
사전에 참여 가능한 에피소드 넷 중 하나를 선택해 신청했다. 상황 설정이 각자 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스펙터클해 보이며 본격 추리 모드인듯한 보기를 골랐다. 줄거리는 이랬다.
“세탁물이 또 사라졌다. 이번 달만 벌써 네 번째... 엄마에게 이 수상한 사건에 대해 얘기했다. 엄마는 내가 옷가지와 양말들을 아무데나 벗어 던져서 그런 거라며 내 등짝을 때렸다. 무.. 물론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은 맞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정말 세탁기에 잘 넣었단 말이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내가 찾으러 가겠어!”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챘을 것이다. 맞습니다. 분량을 늘리려고 소개된 내용 전부를 옮겨 적었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방탈출의 성격 때문이다. 체험한 그대로를 쓰면 후에 이용할 이에게 스포일러가 된다. 쳐내야 할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장황하게 소개를 전부 적었다. 어쨌든 주어진 상황은 이렇듯 스릴러와 미스터리의 중간쯤에 있다. 그 세계로, 내가 갇힐 방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갔다. 본격적인 감금의 시작이었다.
“아무래도 크게 잘못됐다”
소설 <마션>의 유명한 첫 문장이 떠올랐다.(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원문은 훨씬 직설적이다.) 방탈출 카페에 가본 적이 없어서, MZ세대의 맏이 격이라서 못하겠거니 변명하려 했지만 출제 의도조차 파악 못하는 건 심했다. 정신이 자꾸만 경로를 이탈했다. 방안에 놓인 여러 상자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사전에 조사해본 바, 이 광경이 방탈출 카페의 전형 같은 거였다. 상자 옆 네모난 카드에 적힌 힌트를 보고 숫자 또는 문자를 찾아 자물쇠를 푸는 것이 기본 규칙이다. 시작 전 직원은 제한시간 20분이라고 했다. 길다 생각한 것도 잠시, 문제들을 보자마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물을 접할 수수께끼를 풀기엔 한없이 짧은 시간. 머리를 쓰기 전에 무력을 사용할 궁리도 해봤다. 망치 같은 도구는 없었다. 이제부터 선택의 여지없는 두뇌 싸움이다.
스포일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주변을 살펴야 한다. 답은 어쨌든 방안에 있다. 탈출의 키는 방이 쥐고 있다. 이 사실을 자꾸만 잊었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미간에서 발생한 땀이 마스크 안으로 흘러내려갔다. “이게 뭐가 재밌나”라는 한탄과 MZ세대를 향한 불신이 자꾸만 들었다. 정신을 붙들었다. 힌트를 제공하는 장치는 카드만이 아니었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회사의 사업분야를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앱이나 로봇청소기 같은 요소가 조력자 역할을 한다. 예컨대 앱을 이용해 로봇청소기를 움직여 사람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집어넣는다. 로봇청소기가 렌즈를 통해 본 답을 앱으로 확인하고 획득하는 식이다. 이 정도는 일종의 서비스 문제지만, 탈출 시간을 줄이려면 조작하는 손놀림이 빨라야 한다.
그렇다면 왜 빨라야 하는가?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문 앞에 칠판이 있다. 이날 찾았을 때 1등의 기록은 8분대였다. 1등부터 5등까지만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별거 아니라고? 별거다. 탈출을 시도하다 보면 경쟁심이 생긴다. 분필로 새겨진 맨 위의 기록을 지우고 나의 이름을 남기고 싶은. 그러나 그것도 제한시간 안에 들어 왔을 때 얘기다. 방탈출 카페에 가본 적 없는 MZ세대의 맏이는 제한시간 안에 미션을 끝내지 못해 흔적조차 남길 수 없었다. 분하지도 않아서 분했다.
첫술에 역시 배부를 수 없다. 직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총 8단계의 끝자락까지 다다르지도 못했다. 탈출이 아니라 구출이었다. 그렇게 ‘인질’은 로비에 풀어져 설문조사 용지에 소감을 적었다. 대기 장소에 2~30대로 보이는 ‘우리’들이 와글와글했다. 호명받은 참가자들이 이내 여러 방으로 들어갔다. 1분이나 지났을까.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들렸다. 1호 자물쇠를 금방 딴 듯했다. 그렇게 함성은 연신 닫힌 방문을 비집고 새어나왔다. 10분이나 지났을까. 참가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우리’를 규정짓는 모험 정신, 과단한 실천력이 벌어지는 장면을 여기에서 목격했다. 재미라는 원동력을 바탕으로, MZ세대들이 대탈출하는 장면을. “이게 뭐가 재미있는”지가 그들의 표정에서 읽혔다. 그리고 경쟁심이 피어올랐다. 다음엔 제한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신기록을 세워보겠다는 일종의 의욕이다. 이 맛에 탈출하나란 어렴풋한 이해와 함께.
‘ThinQ 방탈출 카페’는?
LG전자가 최근 강조하고 나선 ‘F·U·N 경험’을 알리기 위해 열었다. F·U·N은 ‘최고의(First), 유일한(Unique), 새로운(New)’의 준말이다. 당초 행사 일정은 4월 7일부터 24일까지였으나 5월 8일까지 2주 연장해 운영한다.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예약 취소가 발생하면 현장에서도 참가 신청을 받는다.
‘ThinQ 방탈출 카페’는 부엌, 거실, 서재, 세탁실 등 4개의 테마공간으로 이뤄졌다. 이달 초에는 골프여제 박세리 씨가 방문해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LG전자 한국마케팅커뮤니케이션그룹장 장진혁 전무는 “ThinQ 방탈출 카페에서 많은 고객들이 LG 씽큐 앱을 이용한 혁신적인 지능형 라이프스타일을 재밌게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제품 및 서비스 체험을 넘어 기억에 남는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 마련해 고객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