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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IT)야기] “전자레인지는 왜 오래 쓸까?”…삼성·LG전자에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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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2.04.23 12:26:14

군용레이더 개발 중 세상에 나와
삼성·LG, 기술 집약해 발전 거듭
무상보증 10년으로 늘린 자신감

 

LG전자가 1981년 처음 선보인 골드스타 전자레인지 ER-5000 제품 사진 (LG전자 제공)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최고의 장수 전자제품은 무엇?



지인이 느닷없이 문제를 냈습니다. 고장도 안 나고 가장 오래 쓰는 가전제품이 뭔지 아냐고요.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글을 읽었는데 “아 이거!” 하고 무릎을 탁 쳤더랍니다. 그래서 저보고도 한번 맞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일단 집안을 서성였습니다. 덩치가 커서 눈에 확 들어오는 김치냉장고부터 살폈습니다. 제조일자가 2004년으로 돼 있더군요. 오래는 썼는데 그동안 부품도 갈고 두 번 정도 AS를 받은 기억이 나서 제외시켰습니다.

그다음 TV, 건조기, 세탁기를 후보에 올렸는데 전부 구입한지 5년도 안 돼 ‘오래’에 해당되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정답이 미궁에 빠지나 싶었는데 부엌 한 구석에 누렇게 바랜 녀석이 보이더군요. 전자레인지였습니다.

이리저리 들어 제조일자를 살폈는데 녹이 슨 탓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품목번호를 쳐보니 원하는 정보는 안 나오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만원에 거래 완료 됐다는 글만 보았습니다. 어머니께 여쭸죠. 언제 샀는지 기억하시냐고. 너 고등학교 다닐 때쯤이라고 하셨습니다. 적어도 20년은 됐다는 얘기니 우리 집에서 가장 길게 산 가전제품은 전자레인지였습니다.
 


PX서 마구 돌려대도 끄떡없어



왜일까요? 여러 창구를 통해 근거를 찾아봤습니다.

우선 전자레인지는 강인한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레이시온이 1945년 레이더를 고도화하기 위해 마그네트론(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 특수한 진공관, 전자레인지의 핵심 부품)을 연구하다가 발명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향이 군부대와 밀접한 셈이죠.

마침 군대하니 떠오릅니다. 제가 국방의 의무를 다한 부대에는 약 500명이 주둔했습니다. 전 인원이 쓰는 PX에 전자레인지가 단 두 대만 있었는데, 장병들이 벌떼 같이 돌격해 냉동식품을 돌려대도 끄떡없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있던 2년간은 짱짱했습니다.

아차, 고장여부를 빠트렸군요. 어머니께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고친 적이 있냐고 했더니 한 번도 없다 하시더군요. 지인께 이 사실을 알렸더니 정답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물었죠. 그럼 왜 고장이 잘 나지 않느냐고. 그건 본인도 모르니 기자인 제게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난감할 데가. 어쨌든 궁금하니 주요 제조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문의를 했습니다. 전자레인지는 왜 이렇게 건강한가요?

일단 답변을 뭉뚱그려보면 “딱 이것 덕분이다”란 요소는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구동 방식이 단순해서”처럼 기대했던 답변을 못해줘 미안하단 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만 전달받은 자료를 보니 ‘전자레인지=장수 제품’임을 입증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발전을 거듭하는 데 밑거름이 된 기술력의 집약입니다.

 

삼성전자의 전자레인지 제품 변천사 (자료=삼성전자 제공)

 


 

기술의 결집이 튼튼함 비결



국내 회사가 선보인 전자레인지는 불혹을 훌쩍 넘겼습니다. 삼성전자의 모델명 ‘RE-700D’는 1979년, LG전자(당시 금성사)의 ‘ER-5000’은 1981년에 첫 출시됐습니다. 역사가 꽤 깁니다.

삼성전자의 'RE-700D'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제품에는 마그네트론을 이용한 초고주파를 발사해 식품이 자체적으로 발열하며 순식간에 조리가 완성되는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그런데 이때 애를 먹인 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마그네트론이었습니다. 당시 마그네트론을 생산하는 기업이 세계에 세 곳 뿐이라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이라 난관이 더욱 거셌죠.

자체 수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로 눈을 돌립니다. 1983년, 경기도 수원에 100억 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마그네트론 공장을 준공합니다. 연간 마그네트론 100만 개의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의 완공으로 1500만 달러(약 163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둡니다. 이는 1999년, 삼성전자가 전자레인지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됩니다.
 


초기 제품에도 이런 기능이?



LG전자의 전자레인지 초기작은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도 유용하게 쓰이는 기능들입니다. 가령 우유·통닭 등의 ‘데우기’, 육류와 생선류의 ‘해동’과 같은 기본기에 더해 육류 장조림, 생선 조림이 가능한 ‘특별조리코너’를 탑재했으니, 그 당시에도 부엌에서 보조 역할을 톡톡히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더. 지금도 ‘골드스타 전자레인지’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해당 제품이 빈번히 올라오고 이내 팔려 나갑니다. 대개의 게시물에는 ‘레트로 감성’ ‘소품용’이란 부연설명이 붙어 있는데, 고풍적인 디자인에 더해 아직 쓸 만해서 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거라 예상합니다. 전자제품은 돌려야 제 맛이니까요.

건강 비결을 발견한 두 번째 지점은 바로 무상 보증 기간입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자사 디오스 광파오븐과 전자레인지 전 제품에 탑재되는 ‘스마트 인버터 마그네트론’ 무상 보증 기간을 기존 3년에서 무려 10년으로 늘렸습니다. 10년을 써도 잘 고장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겁니다.

내구성을 단련하면서 성능까지 높인 점이 눈에 띕니다. 기존 정속형 마그네트론은 일정한 세기의 고주파를 껐다 켰다 하는 방식인데 반해, 스마트 인버터 마그네트론을 탑재한 광파오븐은 고주파의 세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해동온도와 가열온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요리법에 맞는 최적의 온도를 구현해주고 조리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입니다.
 

최근 출시되는 전자레인지 제품들. (사진=선명규 기자)

 


태생적으로 강해도 쓰기 나름



명쾌하진 않지만 종합해보면, 태생적으로 강인하고 제조업체가 자체 기술력을 거듭 높인 결과가 전자레인지의 튼튼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애초에 정답이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정해진 사실을 건너 뛴 걸 수도 있겠네요.

한 업계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정확한 통계를 내보질 않아 장수 제품의 순위를 매길 수 없다”면서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소비자의 습관에 따라 사용 기간이 달라진다는 점”이라고요.

쓰는 사람의 생활습관과 사용 빈도 등이 천차만별이라 사용주기를 측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전자제품의 장수 비결은 역시 쓰기 나름이란 거겠죠?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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