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로 ‘가상 생태계’ 구현
작품설명 ‘디지털 가이드’로 진화
전통미술품은 3D스캐닝으로 감상
“가상 생태계를 미술 작품으로 만들었네.” 삼성 리움미술관이 새해 들어서 첫 기획전시를 하고 있다. 로고도 바꿨고, 삼성전자의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가이드도 진화했다. 봄 기운이 물씬한 지난 7일 이곳을 다녀왔다. (CNB=손정호 기자)
“이안 쳉은 인공지능과 게임엔진을 이용한 가상 생태계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철학과 기술을 통해 인간 의식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재단장해 오픈한 삼성 리움미술관의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문구다. 리움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시로 ‘이안 쳉 : 세계건설’을 열고 있다.
블랙박스라는 이름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빔 프로젝트 영상이 직사각형의 스크린에 투영되고 있다. 정사각형 모양의 디스플레이로도 이안 쳉이 작업한 영상 작업물을 접할 수 있었다.
이는 게임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사절(Emissaries)’ ‘BOB(Bag of Beliefs)’ 시리즈의 작품이다. 가상의 생태계 속에서 인공지능(AI) 존재들이 활동하고 진화하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아트스펙트럼 2022’ 전시도 열리고 있다. 블랙박스 공간 밑에 있는 그라운드갤러리에서 청년 작가 8명의 다양한 설치, 영상, 회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장 중앙에는 목공예로 운동장을 표현한 소목장세미 작가의 ‘체력단련활동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 주변으로 영상과 사운드, 사물을 활용한 설치 작품들이 있는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젊은 미술인들의 고민이 느껴졌다.
상설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고미술 상설전은 M1이라고 불리는 공간(1~4층)에 있는데, 국보 6점과 보물 4점 등 고려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도자기와 회화 154점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두운 공간의 유리 진열장으로 청자와 백자, 그림과 글씨, 금속공예와 불교미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현대미술 상설전은 M2(지하 1층에서 지상 2층)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천천히 걸으면서 국내외 그림과 조각, 설치 작품 76점을 사유하며 바라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층별로 ‘검은 공백’ ‘중력의 역방향’ ‘이상한 행성’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다. 상상력이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터치 스크린으로 360도 회전…생생한 입체감
리움미술관은 그동안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로고가 바뀌었다. 미술관 로비로 들어가는 입구 위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로고가 눈에 들어오는데, 지구의 공전과 시계의 회전에서 착안한 반원형의 모습이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검은색 기둥과 흰색 바닥으로 이뤄진 심플한 로비가 나온다. 로비 한쪽에는 5000만 화소 이상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가로 11.3m 크기의 대형 미디어 월이 있다. 이 미디어 월에서 한국 작가 인터뷰 시리즈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다.
사전에 예약을 했다면 프론트 데스크에서 종이 티켓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21+를 활용한 디지털 가이드, 골전도 이어폰(귀 부분에 걸쳐서 사용하는 것)을 받을 수 있다. 종이 티켓에는 전시장 출입이 가능한 QR코드가 프린트되어 있어서, 이를 출입구 센서에 인식시키면 들어갈 수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설명도 인상적이다. 초광대역 무선통신(Ultra Wide Band, UWB) 기술이 탑재된 지도 솔루션이 미술관과 디지털 가이드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는데, 걸어가면서 작품 앞으로 이동하면 자동으로 해당하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리움 DID(Digital Interactive Display)도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인터렉티브 솔루션을 결합한 것으로, 커다란 액자 크기의 터치 스크린이 고미술 상설 전시장 입구 앞의 벽에 설치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청동은입사 용문 향완’과 ‘휴대용 해시계’ 등 우리의 전통 미술품을 3D 스캐닝한 것으로, 관람객은 터치 스크린으로 작품의 아래와 위를 360도로 회전시키며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리움 스토어도 새 단장을 했다. 이 스토어는 나무와 한지를 사용해 우리 전통 건축물의 목재 짜임과 격자 형태를 형상화했으며, 살구색의 부드러운 색감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한국 디자이너 34명과 협업하며 미니어처 가구와 도자기, 유리컵, 쥬얼리 상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음료도 즐길 수 있다. 리움 스토어 옆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나 무주반딧불 사과주스 등의 음료수를 구입해서, 아니쉬 카푸어의 대형 설치작품인 ‘큰 나무와 눈’이 있는 야외 공간에서 마실 수 있다.
리움미술관 관계자는 CNB에 “재개관에 맞춰 로고와 관람객을 위한 공간과 서비스를 개편했다”며 “리뉴얼을 통해 동서양, 과거와 현재, 폭넓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미술관의 비전을 시각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