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2.03.24 17:50:23
김포시와 이천시가 '2022년도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밀어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포시와 이천시의 2022년도 사업자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실제로 특정 업체에 유리한 항목부터 전체적인 순서까지, 마치 하나의 지자체에서 평가표를 만든 것처럼 동일하고, 충북업체인 S업체가 모두 단독으로 참여해 선정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비계량 평가' 생략
사업계획서 평가 없이 실적 양만 평가
게다가 이들 지차체는 모두 비계량 평가를 생략했다. 즉 평가위원들을 외부 전문가로 선정해 사업계획서를 평가하는 비계량 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 단지 서류평가 100%, 즉 계량 평가로만 진행해 처음부터 당락의 여지를 없앤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단에서는 융복합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1차 서류 심사 외에 2차로 사업자가 사업계획서를 프리젠테이션하고 이를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평가하는 비계량 평가를 진행한다. 지자체에서 실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가 중요한 부분이므로 전문가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비계량 평가의 중요성을 언급한 부분이다.
평가지표 내용도 문제다. 일례로 평가 항목 중에는 '동일사업(융복합지원사업) 선정 수'라는 총 2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있는데, 만점을 받으려면 실적수가 무려 50건 이상이 돼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컨소시엄들이 달성하기 어려운 건수다. 이 또한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CNB뉴스는 지난 22일 김포시 기후에너지과에 서면 질의를 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타 업체들 아예 참여도 안해"
"떨어질 것이 뻔하니까"
이들 두 지자체의 2022년도 사업자 선정은 어떻게 됐을까? 실제로 김포시와 이천시 모두 S업체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공모에 참여해 선정됐다. 다른 업체들은 참여하지도 않았다.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이러한 평가표가 나온 경우, S업체에 유리하게 작업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공모에 참여해도 떨어질 것이 뻔해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S업체가 단독으로 참여해 선정된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포와 이천서 선정된 S업체...이상한 점 발견
그러면 두 지자체에 단독으로 참여해 사업자로 선정된 S업체는 어떤 업체일까? 확인해 본 결과 이 업체는 충북 업체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충북에서 경기도로 진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S업체는 올해 1월 이천시로 법인 본사를 옮기고, 이천시에 마스크 1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기부하면서 엄태준 이천시장과 나란히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2022년 초에 법인을 이천시로 옮기고 이곳에 사무실도 새로 마련했다고 했는데, 이사한 사무실을 실제로 방문해 보니, 수개월째 사무실에 직원들은 커녕 집기들도 제대로 들어와 있지 않고, 투명한 바깥 유리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게다가 법인 직원들이 근무하기에는 좁은 건물 2층이어서, 법인을 옮긴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른바 "철새 업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도나 시군에 사업 소재지를 둔 업체인 경우, 지역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가점을 주기 때문에 가점을 얻기 위해 철새처럼 이곳 저곳을 떠도는 업체를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업체들은 도나 시군에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법인 주소만 옮겨 업체 선정에 이용하고는 타 지자체로 다시 옮겨 다닌다는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의 공통점은 정작 사무실과 공장, 직원들은 이사를 하지 않아 빈사무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4일 CNB뉴스는 S업체의 본사로 전화해 반론 및 해명을 들어보려 했으나, 이천시 본사 전화번호도 없는데다 연락이 닿지 않아 답변을 듣지 못했다.
내년 융복합사업자 평가지표는 공정할까?
그러면 김포시와 이천시의 내년도 사업 즉 '2023년 융복합사업'을 위한 공고문의 평가지표는 개선됐을까?
이천시를 취재해 본 결과, 이천시는 지난해와 달리 비계량 평가 부분을 삽입했다. 형식적으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실제로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를 하는지 아니면 여주시, 양평군, 가평군 등 인근 지자체 팀장들이 평가하는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또한 서류로 각자 심사하는 '비대면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더 큰 문제는 김포시다. 2023년도 사업자 선정도 작년과 동일하게 계량 100% 방식으로 사업자 평가를 강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질은 보지 않고 양만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내년 사업에도 질적인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업계획서는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꼴이 됐다.
게다가 '동일사업(융복합지원사업)선정 수' 즉 실적수는 오히려 100% 더 높여 실적 100개를 만점으로 책정했다. 결국 진입장벽이 작년보다 100% 더 높아진 꼴이 됐다. 이러한 상황은 특정업체를 밀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자 선정일까? 경기도 내 타 지자체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CNB뉴스= 경기 김포/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