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로 애견 케어·공기질 관리까지
2년마다 핸폰 교체? ‘업데이트’로 수명 연장
갤럭시로 연결된 세상…‘삼성 생활시대’ 꿈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생태계’의 새판을 짜고 있다. 핵심은 구형과 신형의 간극 줄이기, 제품 간 유기적인 연결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소프트웨어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전용 앱으로 모든 제품 조절이다. 궁극적으로 생활 영역에 자사 제품만을 채우고 더 오래 쓰도록 만들겠다는 시도. 소비자 이상의 팬 확보에 나선 두 회사의 전략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들여다본다. 첫편은 제품의 노화를 늦추는 삼성전자다. (CNB=선명규 기자)
몸은 나이가 들지언정 뇌세포만은 계속해서 회춘한다면 어떨까? 인간에겐 아직 불가능한 일이지만 전자기기라면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특효 주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 제품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으로 많은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한 해 동안 출시된 제품들의 성능을 높인 사례만 총 128번. ‘노화 방지약’을 지속적으로 투여함으로써 가전의 나이 듦을 늦췄다.
올해부터는 접종군을 넓힌다. 특히 모바일이 주요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 시리즈 출시를 앞둔 지난달 초, 일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기존보다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빈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횟수는 기간에 비례한다. 갤럭시의 독자적 기능과 디자인을 제공하는 ‘원(ONE) UI’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당초 3차례 업그레이드에서 4차례로 늘리기로 했다. 보통 1년에 한 번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 구매 후 4년 이상 신제품과 같은 성능을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보안 업데이트 또한 최대 5년 제공해 안전성도 동시에 높일 예정이다. 종합해보면 구형과 신형의 성능 간극이 좁아지는 것이다.
지원 대상은 비교적 최신 모델들이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 S21 시리즈(울트라·S21+·S21)를 비롯해 갤럭시 S22(울트라·S22+·S22), 갤럭시 Z 폴드3, 갤럭시Z 플립3, 갤럭시 탭 S8 울트라·S8+·S8 등이다.
주변 기기도 성능이 올라가긴 마찬가지다. 갤럭시 워치4와 워치4 클래식을 비롯해 향후 출시되는 워치 제품을 대상으로 원 UI 워치 업그레이드를 최대 4년 간 제공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시도는 장기간 사용에 방점이 찍힌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2년 주기 교체’가 공고한데, 이를 허물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은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적극 대응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사회 건설에 기여하고자 '원 UI' 업그레이드 지원을 확대하게 됐다"며 "최신 갤럭시 기기 사용자뿐 아니라 기존 갤럭시 사용자들도 최상의 모바일 경험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들을 한통속으로
새로운 도모의 끝엔 분명 소비자 확보가 있다. 이를 위해 꺼내든 또 다른 카드는 연결성(連結性)이다. 쓰임에 따라 기기들을 선별 또는 통합해 사용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예컨대 냉장고의 화면을 터치해 집안의 다른 가전제품들을 제어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집에 자사 제품만을 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주요한 방식은 여러 제품에 조종키를 탑재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소비자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홈’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스마트싱스 앱으로 여러 집안 관리 기능 서비스를 실행하는 것이 핵심 내용. 앱은 꼭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태블릿,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향후에는 TV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여러 기기를 제어하는 ‘리모콘’이 저마다에 들어가는 격이다.
해당 앱에는 6대 서비스가 탑재됐다. 쿠킹·에어 케어·펫 케어·클로딩 케어·에너지·홈 케어다.
쿠킹 서비스는 보관중인 식자재를 기반으로 한 레시피 추천과 와인병의 라벨을 촬영해 와인냉장고에 보관 중인 재고 관리를 도와주며, 에너지 서비스는 월별 전력 사용량과 예상 전기요금은 물론 AI로 사용량을 예측해 누진 요금이 예상되면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다.
에어 케어는 실내외 공기질을 분석해 공기청정기를 알아서 제어, 클로딩 케어는 세탁기·건조기·에어드레서 등 의류 케어 가전 간 협업을 통해 최적의 의류 관리를 제공한다.
펫 케어를 통해서는 집에 홀로 남은 반려견의 짖음을 감지해 힐링 음악이나 TV 프로그램을 틀어줄 수 있다. 홈 케어 서비스는 제품별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면 원인과 조치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청소나 소모품 교체 시기를 알려줘 소비자가 손쉽게 제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로 이어주는 제품의 지형도는 넓어지고 있다. 이달 초 폐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2022'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노트북 신제품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 2종에도 연결성이란 DNA가 탑재됐다.
우선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결이 된다. 구체적으로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에서 스마트폰의 최근 사용 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노트북에서 바로 실행할 수도 있다. 갤럭시 버즈도 클릭 한번으로 바로 연동된다.
'갤럭시 북 스마트 스위치'를 통해 기존 윈도 기반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이나 데이터, 노트북 설정의 빠른 전송이 가능하다.
노트북이 집안의 기기들을 움직이는 ‘조종간’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싱스와의 연동을 통해 조명이나 온도를 끄고 켜고, 보안 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다. AI 플랫폼 빅스비(Bixby)를 지원하기 때문에 음성 명령만으로 IoT 기기들을 제어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 NC(New Computing) 개발 팀장 김학상 부사장은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는 갤럭시 생태계와 매끄럽게 연동되고, 미래의 업무 환경이 효율성과 가능성을 확대시켜 PC를 재정의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오래 쓰고 많이 쓰고
‘오래, 많이 쓰는 제품으로 진화’.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는 이렇게 축약된다. 호환 가능한 제품군을 폭넓게 꾸리고, 젊은 뇌(OS)를 지속 제공해 장기간, 다량 사용에 목적을 두는 것이다.
이 전략에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도 있다. 오래 쓰는 데서 발생하는 판매량 감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형은 구시대로 흘러가게 두고, 신제품 판매에 집중하는 기존 문법을 깬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기기 등에서 판매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이 있기 때문에 시도할 만 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 회사가 꾸리는 생태계에 들어간 소비자들이 연쇄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현상이 빚어지면 파급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