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인터뷰하기로 한 건 다름 아닌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그 문장은 통화를 끝낸 지 한참이 되도록 내 머릿속을 헤엄쳐 다녔다. ‘낮에는 보안 경호업을, 밤에는 음악을 하고 있어요.’”
이는 LG유플러스가 서울 강남에 마련한 복합문화공간 ‘일상 비일상의 틈’에서 산 책 중 일부이다. 일상 비일상의 틈은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인, 영국 기차역의 9와 4분의 3번 승강장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10~20대가 이곳을 많이 찾았다.
일상 비일상의 틈은 5층 규모인데, 3층에 스토리지 북 앤 필름과 콜라보레이션을 한 독립출판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책보부상 같은 독립출판 페스티벌도 연다. 이곳에서 4권의 책을 샀는데, 기업과 문학 시리즈에 그 책들을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또 독립출판물만의 매력과 재미도 적지 않아서.
독립출판물은 큰 출판사에서 만들어서 대형 서점에서 판매하지 않고, 동네에 있는 작은 출판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독립서점이라고 불리는 동네 서점에서만 판매하는 책이다. 이 책들은 대형 서점에서 구매할 수 없어서 희소성이 있고, 비주류와 미완성의 의미를 준다. 동네 책방이 사라진 빈자리를 이런 독립서점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요즘 서점가의 또 하나의 현상이고, 이를 LG유플러스가 일상 비일상의 틈을 통해 받아들인 점이 신선했다.
먼저 ‘낮에는 경호원, 밤에는 뮤지션’(위 왼쪽)은 어푸 어푸(Up who? Up who!) 시리즈의 1호 책이다. 석영 작가의 인터뷰집이다. 지방대 음대를 졸업하고 생계를 위해 낮에는 경호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꿈을 위해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싱어 송 라이터 이덕구를 인터뷰한 책이다. 음원 사이트에서 이덕구의 노래를 검색해서 들으며 책을 읽는 재미가 남달랐다. 석영 작가는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독립출판 일도 하면서 문화재단 인턴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변변찮은 삶을 위한 변명’(위 오른쪽)은 이학준 작가의 에세이다. 부제는 ‘내가 도시를 옮기며 살아야 했던 까닭은’으로 경주, 포항, 부산, 서울을 거치면서 성장한 작가의 인생이 사유와 함께 쓰여있다. 웜 그레이 앤 블루(warm gray and blue)에서 나온 책으로 인문학과 디자인을 배운 작가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책을 쓰고, PDF 파일을 출력해 상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는 과정의 피곤함이 담겨 있다. 이 작가는 서울 연남동 독립서점 앞에서 책을 팔던 모습을 지나가다가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책에 싸인도 받았다.
‘문어 아가씨’(아래 왼쪽)는 그림 동화책이다. 닝겔 작가가 그림을 그렸는데, 사슴책방 일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알고 있다. 문어의 간절한 사랑을 그로테스크한 연필화로 잘 묘사했다. 짧은 분량의 글과 스토리, 연필화를 넘겨 보면서 한 명의 화가가 만든 세계에 침잠할 수 있었다. 그림이 마음에 들었고, 이를 통한 정서적 고양이 매력적이었다.
‘낯설지만 잊기엔 아쉬운’(아래 오른쪽)은 정한빈 작가의 사진집이다. 정 작가가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바라본 풍경들을 짧은 분량의 글과 함께 담았다. 사진이 중심이라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마치 내가 베트남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베트남의 식당과 숙소, 그곳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 자연 풍경과 재즈카페. 작은 여행을 소유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