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이어 자회사도 상장 추진
“팬데믹 이겨내자” 투자유치 경쟁
성패 따라 오너·CEO 능력 시험대
주요 제약사들이 모기업에 이어 자회사·계열사들의 기업공개(상장)에 나서 주목된다. 동국제약, 보령제약, 일동제약, 휴온스그룹 등이다. 상장 절차를 차곡차곡 밟고 있다. 제약업계 상장붐의 이유는 뭘까. (CNB=손정호 기자)
주요 상장 제약사의 자회사들이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다.
동국제약은 계열사인 동국생명과학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올해 말에 상장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보령바이오파마가 상장한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이 주관사로 진행하고 있으며, 상반기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4분기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 주인공이다. KB증권이 주관사로 뛰고 있는데, 오는 2023년에 상장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플랜이다. 이후에는 다른 계열사인 아이디언스도 상장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유한양행의 이뮨온시아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올해 하반기에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휴온스그룹의 경우 휴온스메디텍이 상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 다른 계열사인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R&D 자금 확보 ‘비상’
제약사들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회사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팬데믹으로 의약품의 중요성이 커졌다. 코로나19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한 이후 세계적인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만명대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진단키트 뿐만 아니라 기초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이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개발(R&D) 자금 확보도 이유다. 동국생명과학은 의료기기(초음파 진단기기·이동형 CT)와 조영제(검사 시 혈관이나 조직이 잘 보이게 해주는 약물)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경기바이오센터에 연구소를 두고 진단의약품을 연구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인플루엔자·A형 간염), 의약품, 진단키트 등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최근 대사항암제를 개발하는 자체 자회사인 비피진을 설립하고, 국가필수백신(NIP) 사업 등 중장기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건기식을 만든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피부 면역 등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과 소렌토 테라퓨틱스(미국의 항체 신약 회사)가 합작해 설립한 면역 항암제 전문 신약 개발 회사다. 올해 초에 24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속적으로 임상시험과 비임상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휴온스메디텍은 소독과 멸균, 에스테틱 등의 다양한 의료기기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휴온스메디케어와 휴온스메디컬이 합병해 만들어졌는데, 역량을 결집해서 차별화된 의료기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런 연구와 개발은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라서 식약처의 승인 과정을 모두 통과하고, 시장에 완제품으로 나오기까지 막대한 투자와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모회사에서 신약이나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을 추진하다가 실패하면, 주가 하락과 기존 사업에 대한 이미지 실추 등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상장한 자회사에서 추진하면,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오너 위험 부담도… ‘동전의 양면’
이 같은 기업공개가 추진되면서 오너 2~3세 등 최고경영자들은 시험대에 올랐다.
동국제약은 최근에 창업주인 고(故) 권동일 회장의 장남인 권기범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권 회장은 헬스케어 분야에 공을 들여왔고, 2025년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령제약은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상장할 예정인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보령파트너스인데, 김 사장은 보령파트너스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일동제약도 비슷하다. 이 기업은 창업주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윤웅섭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윤 부회장은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이사이기도 하다.
제일약품은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유한양행은 조욱제 대표가 취임 1년을 맞아 글로벌 50위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휴온스그룹의 모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은 송수영 총괄사장을 영입하며 전문 경영진 체제를 수립했다. 이 기업들도 계열사 기업공개의 성패에 따라 경영진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NB에 “상장이 성공하면 투자를 받아 사업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고, 사업을 분화하고 전문화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반면 기업공개에 실패하면 오너의 리더십이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어 (상장 진행 중인 제약사들은) 기업공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