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기자 | 2022.01.25 16:35:25
경상국립대학교(GNU)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임규홍 교수가 오는 2월 28일 정년퇴임을 앞두고 평생 천착해온 연구 분야를 총정리한 연구서 2권과 신문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한 수필집 1권 등 모두 3권을 동시에 펴냈다.
연구서는 ‘한국어 화용과 담화’(역락, 848쪽, 7만원)와 ‘한국어와 한글-소리 글꼴 뜻’(경상국립대학교출판부, 242쪽, 1만 5000원)이고 산문집은 ‘속소리 단소리 군소리’(함향, 256쪽, 1만 5000원)이다.
‘한국어 화용과 담화’에 대해 임규홍 교수는 “인간이 태초 사용한 의사소통이 바로 입말이다. 입말에 대한 연구가 언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오랫동안 국어학자들은 입말이 변화무쌍하고 일정한 틀이나 규칙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으로 입말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평생 입말을 연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임 교수는 말할 때 나타나는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는 담화표지를 포함한 모든 표지나 소리도 모두 나름 어떤 구실(기능)을 한다고 믿었다. 입말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임 교수는 때로는 같은 동영상을 수없이 보면서 말할 이의 표정과 몸짓까지 분석했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는 화용론에 대한 내용이고, 제2부는 국어 담화 특징과 담화 구조를 분석한 내용이다. 제3부는 담화표지에 대한 것이며, 제4부는 담화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제5부는 사회언어학적 면에서 성과 담화의 특성을 다뤘다.
‘한국어와 한글-소리 글꼴 뜻’은 임 교수가 국어를 공부하면서 늘 간직하던 의문인 ‘언어는 자의적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는 내용이다. 그의 대답은 “언어는 자의적이지 않다”로 언어가 자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철학자가 주장한 인과율, 불교의 연기설, 형태는 의미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도상성(iconicity) 이론 등을 섭렵했다.
임 교수는 “우리 한글의 모음과 자음이 나타내는 글꼴(상형)도 소리나 뜻(의미)과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며 “한글의 자음 글꼴은 발성 기관을 본떴으며, 모음은 천지인(天地人)이라는 대우주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그의 주장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놀라운 것은 한글의 글꼴에는 소리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글꼴에 맞는 뜻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라며 “글꼴과 소리와 뜻이 모두 상통하는 것은 세계 어떤 언어와 문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라고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강조한다.
‘속소리 단소리 군소리’에는 ‘사십 년 강단을 내려오며 써 내려간 삶의 결’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76편의 짧은 글 속에는 임 교수가 중등학교와 대학에서 40년간 가르치면서 이 세상에, 이웃에게 해주고 싶은 말,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이 담겼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그는 “나도 모르게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한 것 같다”며 “뒤돌아보면 참으로 후회되는 일도 많았다. 돌아갈 수 없는 삶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그래서 글로써나마 참회하고 반성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고 말한다.
‘나는 운이 좋았다’라는 글에서 임 교수는 고등학교 입학, 인문 특수반으로 간 것,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것, 대학원에 진학한 것,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박사과정에 진학한 것, 그리고 대학교수가 된 것들을 돌아볼 때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복이 많은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복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운은 개척하는 것임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정년을 앞둔 그는 “정년을 앞두고 무엇을 남기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도 잘 알고 책 공해에 하나 더 혹을 붙이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공부한 걸 정리하고 싶었고 논문으로 다 내지 못한 생각들을 책으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임규홍 교수는 울산에서 태어나 경상국립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입학본부장, 국어문화원장, 인문대학장, 신문방송사 주간 등을 맡았다.
배달말학회 회장, 한국어문학회 부회장, 담화인지언어학회 부회장 및 윤리위원장, 언어과학회 편집위원장을 맡았으며 한국사회언어학회, 한국어의미학회, 한국문법교육학회, 한국국어교육학회, 우리말글학회 등 여러 학회 이사를 맡았거나 현재 맡고 있다. 언어과학회에서 주는 봉운학술상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국어 입말(담화와 화용, 의미)을 공부해 왔다.
저서로 ‘틀리기 쉬운 우리말 바로쓰기’(1993), ‘국어교육의 이론과 실제’(1996), ‘어떻게 말하고 들을 것인가’(1998), ‘우리말 올바로 공부하기’(2000), ‘행복한 삶을 위한 대화’(2015), ‘틀리기 쉬운 국어문법 언어규범 공공언어 강의’(2017) 외 여러 권이 있다. 번역서로 ‘사고과정으로서 글쓰기’(1994), ‘당신도 말을 잘할 수 있다’(2000)가 있으며 그 외 입말 관련 논문 70여 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