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박사 뜻 이어 ‘친환경’ 주력
‘일상 속 탄소 줄이기’ 전사적 노력
유한킴벌리는 사막을 숲으로 만들어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TFT를 구성해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과제인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모습을 살펴봤다. (CNB=손정호 기자)
독립운동가로도 잘 알려진 고(故) 유일한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장차 교육도 받을 수 있고 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 하에 1926년 12월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국권을 침탈당한 채 빈곤과 질병 속에서 고통받는 동포들의 현실을 보고 제약회사를 세운 것이다.
당시 의약품은 한약재를 기초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양약을 수입하려면 일본의 허가가 필요했고, 그러다보니 일본 제약사들이 양약 시장을 독점했다.
이런 환경에서 유한양행은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며 당시 서민들 사이에 만연했던 피부병·결핵·학질·기생충 등의 치료제 개발에 힘썼다.
유 박사는 독립을 위해 직접 총을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1941년 12월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회사를 뒤로 하고 미국 전략정보국(OSS: Office of Strategic Services)의 한국담당 고문으로 참전해 우리나라의 독립에 기여했다.
민족과 함께한 창립 정신, ESG로 부활
이처럼 민족과 함께 해온 유한양행의 창립 이념은 오늘날 ESG 경영으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모은 말이다. 이윤만을 추구하지 말고, 친환경·사회적 기여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경영 트렌드다.
유한양행은 ESG를 실천하기 위한 TFT를 운영하고 있다. 10개 부서의 팀장들이 참여해 실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를 상시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올해 6월 창립 95주년 기념식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 분야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환경이다. 지금까지 환경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추진했는데, 친환경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EHS(Environment, Health & Safety)팀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2002년 군포공장이 글로벌 환경경영시스템 표준인 ISO14001을 획득했다. 오창공장은 녹색 경영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2006년부터 우수의약품관리기준(cGMP)에 부합하는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지난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 ISO45001 인증을 받았다.
환경부는 이런 공로를 인정해 2009년 유한양행을 녹색기업으로 지정했다. 2017년에는 환경부의 녹색기업 시상식에서 우수 사업장으로 뽑혔다.
최근에는 포장재도 개선하고 있다. 올해 8월 한솔제지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패키징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존 플라스틱 패키지를 친환경적인 종이 소재로 바꿔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일상 속에도 스며있다. 유한양행은 사내 캠페인을 통해 회사 내부 식당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자전거 이용이 활발한 기업에게 주는 ‘그린 휠’ 모범기업으로 선정됐다.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사내에 35개의 봉사단이 있는데, 농촌 지역 어르신의 말벗이 되고 일손을 돕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건강의 벗’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19명의 어르신이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전 국토에 5400만 그루 심어
1970년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합작사로 설립된 유한킴벌리 또한 유일한 박사의 뜻을 잇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7월 CEO 직속의 ESG위원회를 신설해 이사회 멤버와 주요 경영진들이 참여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또한 ‘친환경’에 ESG의 방점이 찍혀 있다.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는 ‘우리는 생활-건강-지구환경을 위해 행동합니다’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환경경영 3.0’을 수립,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의 매출 비중을 95% 이상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산림 인증을 받은 펄프와 재생 포장지를 사용하고, 생분해가 가능한 제품으로 탄소 중립을 실천하겠다는 것.
사탕수수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 소재를 적용한 기저귀, 유럽 비영리단체의 인증을 받은 생분해 생리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숲을 가꾸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1984년부터 해온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국공유림에 5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탄소 중립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숲속 학교와 접경지역 숲을 복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몽골에는 사막화 방지 숲을 만들었다.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조성된 이 숲은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달한다. 이 숲은 지난 6월 산림청이 개최한 세계 사막화 방지의날 기념 화상 토론회에서 소개됐다. 지난 10월에는 ‘사막화 방지 우수 동영상’ 공모전에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총장상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ESG 중 G(Governance·지배구조) 부문에 있어서는 투명경영이 돋보인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1936년에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다. 1969년에는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이 이끌어가도록 하는 등 오래전부터 투명한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재벌가 기업에서 흔히 등장하는 부모·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유한양행 역사에서는 볼 수 없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CNB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유일한 박사의 정신은 유한양행 구성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으며, 이는 ESG를 통해 계승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윤리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