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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입동 지난 한강…‘크라운해태 조각전’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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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11.20 09:24:59

한강공원 3곳에 펼쳐진 수많은 작품
참여작가 289명…유례없는 대규모展
‘한국 조각의 美’ 세계에 알린 출발점
“과자도 조각이다” 경영철학서 비롯돼

 

 

크라운해태제과가 한강공원 세 곳에서 여는“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의 주제는 장소마다 다르다. 두 사람의 입술이 과연 닿을까 궁금케 만드는 '키스할까요?'가 있는 반포 한강공원 주제는 ‘균형과 절제’이다. (사진=선명규 기자)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저물어 갑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요? 재밌고 새롭고 신선한 곳이 봄 새싹 나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움츠려서 아직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CNB가 먼저 가봅니다.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편은 한강 주요 목에서 대규모 조각전을 열고 있는 제과 회사 이야기 입니다. <편집자주>


 


일일이 호명하기도 숨 가쁘다. 참여한 작가만 289명이다. 이들이 선보인 조각 작품의 이름을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300점이 넘는다. 이 정도 체급이면 가히 ‘대규모’다. 부피가 큰 조각의 특성상 실내라면 수용이 버거울 터. 무대가 탁 트인 야외라면 작품 배치에도 숨통이 트인다.
 

크라운해태제과가 서울시 후원으로 내년 1월 15일까지 여는 조각전시회 “K-Sculpture 한강 '흥' 프로젝트”의 개최지는 한강공원 세 곳. 특히 찾는 이 많고 접근성 뛰어난 여의도, 반포, 뚝섬에서 열린다. 큰 주제는 '풍류산책(Jogging&Joy)'로 통일되지만 장소마다 작은 주제가 다르다. 따라서 나온 작품들도 개별적.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난 10일 산책하듯 거닐어봤다.

 

여의도한강공원에 설치된 작품들(위)과 작가 정지연의 'Tree of life' (사진=선명규 기자)


삼색(三色) 감상법

난이도 낮은 연상 퀴즈 하나. 반포대교를 옆에 두고 선 두 사람이 있다. 눈은 지그시 감고 입술은 삐죽 내밀었다. 얼굴은 닿을듯한데 허리는 멀리도 뺐다. 최고치에 다다른 수줍음은 각자 검지를 맞댄 것으로 알 수 있다. 곧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예상 가능한 상황인데,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인가? 작가 박재석의 '키스할까요?'가 인상적인 반포 한강공원의 주제는 ‘균형과 절제’이다.

이건 어떤가. 장수한 거목과도 같은 철제 구조물이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돈다. 거센 강변의 바람을 맞은 탓이다. 나뭇가지처럼 나부끼는 장치에는 이파리처럼 작은 요소들이 붙어 본체보다 빠르게 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도 강 가까이에 있는 작가 정지연의 'Tree of life'는 그 모습이나 서로 부딪쳐 나는 소리가 꽤나 가열하다. 이곳의 주제인 ‘열정과 환희’처럼 뜨겁도록 활동적이다.

뚝섬 한강공원은 여의도(73점), 반포(101점)에 견줘 설치된 작품 수가 126점으로 가장 많다. ‘생동과 비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최승애의 ‘별 2021’, 정춘일의 ‘달리자’, 윤진섭의 ‘Wedding’ 등 주로 활달한 작품이 자리 잡았다.

 

반포한강공원에서 포토존으로 인기 높은 전강옥의 'Cube Up 17'(위)과 나란히 늘어선 작품들 (사진=선명규 기자)


내년에는 세계로

입동이 지난 한강은 이렇듯 예술이 생동하고 있다. 조각의 미가 각각의 들판에서 늦은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농작물처럼 우뚝하니 솟았다. 그리고 그 장면을 담으려는 손길들은 분주하다.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난 이수진 씨는 카메라를 겨누다 말고 “기분이 업되는 것 같다”고 했다. 화면 너머로 네모난 상자를 두둥실 들어 올리려는 풍선다발이 보였다. 작가 전강옥의 'Cube Up 17'이다. 이 씨는 “선물 상자를 열어보기 직전처럼 기분 좋은 떨림이 있다”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전시 구성은 대체로 풍요로우나 상세한 안내의 부재가 아쉽다. 작품마다 이해를 돕겠다는 취지의 QR코드가 박혀있으나, 인식을 해도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작품을 어디까지 봤는지, 전부 본 건지도 알 수 없다. 넓은 지역을 무대로 열리는 탓이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CNB에 “작품 안내 홈페이지 개선과 배치를 알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각전은 도약대 성격이다. 크라운해태제과는 내년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 3대 아트페어인 '2022 영국 프리즈(Frieze)'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전시회를 기반으로 제대로 준비해 한국조각을 세계무대로 진출시키겠다는 포부다.

이번 전시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윤섭 교수(숙명여대)는 “야외에서 많은 작품들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어, 최근 조각 작품의 경향을 비교하고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회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각의 세계화 추진을 위한 본격적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뚝섬한공원에서 조각 작품 사이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선명규 기자)


제과회사는 왜?

언뜻 접점 없어 보이는 제과회사와 조각을 이어붙인 장본인은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윤 회장은 평소 ‘과자도 조각이다’이라고 말하고 다닐 만큼 조각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내 왔다.

크라운해태가 지난 2016년부터 서울광장, 병원 등을 전시장 삼아 열고있는 견생(見生) 조각전이 대표적 활동.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하던 지난해 여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관람객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장흥자연휴양림에서 차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드라이브 스루’ 형식의 조각전을 연 것이다.

기록물도 남겼다. 지난 6월 현대조각의 시원(始原)을 기록한 ‘한국 현대조각 1세대展’을 발간했는데, 책에는 원로 조각가들이 스스로 예술생애와 작품세계를 밝힌 내용이 담겼다.

윤영달 회장은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유물이 아닌 한국조각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난 역사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한국 조각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K-Sculpture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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