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에 작은 희망 선사
음식값 먼저 계산해 숨통 트여줘
도시락·밀키드 판매로 상권 살려
코로나19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쪽은 소상공인이다. 영업시간과 집합인원 제한에 따라 눈에 띄게 상흔을 입었다. 엄혹한 상황이 점점 이들을 곤혹스런 지경으로 내모는 것인데, 많은 기업들이 여기에 제동을 걸고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CNB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 사례를 살펴본다. 1편은 답답하게 막힌 자영업자의 ‘돈맥경화’를 풀어주고 있는 KT다. (CNB=선명규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며 이중고도 모자라 다중고(多重苦)에 처한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19에 신음하는 자영업자 이야기다. 그리고 그 통감의 정도는 여러 통계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6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장사를 접을 것까지 고민한다는 응답자 59.9%는 매출액 감소(36.4%),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지출 부담(18.0%), 대출 상환 부담 및 자금 사정 악화(11.1%)를 이유로 꼽았다. 한마디로 ‘돈맥경화’(수입 감소로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KT는 이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본사가 위치한 광화문 일대에서 매출이 급감해 임차료, 인건비 압박을 심하게 겪고 있는 식당 50곳을 선정하고 식당별로 1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선결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일대에 포진한 기업들이 대거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지역상권이 침체되던 상황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쉽게 말해,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먹어서 돕는다는 것이 취지다. KT 광화문 사옥 인근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해물탕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광화문 집회 여파와 인근 회사 직원들의 재택근무로 매출이 뚝 떨어져서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결제가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광화문 원팀’의 상생 프로젝트 ‘셋’
올해 초에는 아이디어를 한 국자 더했다. 선순환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지난 1월 KT는 광화문 사옥에서 밀키트(간편조리식)를 판매했는데, 음식 제작에 참여한 식당들이 앞서 선결제로 인연을 맺은 곳들이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자, 각 식당의 대표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들어보자며 KT가 제안했고, 음식점들이 이를 받아들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광화문 인근 20개 식당에서 1만원에 구매한 밀키트 3000개를 임직원에게 판매했다. 밀키트 구매 비용은 회사와 직원이 절반씩 부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취약 계층에게 밀키트 1500개를 기부하기도 했다.
상향 조정된 코로나19 단계가 길어지며 피로감이 고조되던 지난 여름에도 마찬가지 활동을 벌였다. 부피를 키운 것이 특징.
광화문에 터를 잡고 있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구성된 ‘광화문원팀’(서울시, 종로구청, 종로경찰서, 행정안전부, 한국무역보험공사, 라이나생명, 세종문화회관,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세종, 매일유업, KMI,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YMCA, KT)이 소상공인을 돕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먼저 ‘사랑의 선(善)결제’를 통해 광화문 일대의 매출이 감소한 식당 50곳을 대상으로 50만원씩 총 2500만원을 선결제했다.
이와 함께 이 일대 소상공인이 만든 도시락을 회사 구내식당에서 판매하는 ‘사랑의 도시락’을 진행했다. 도시락 형태의 식사를 임직원에게 구내식당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
또한 인근 식당에서 만든 간편 조리식을 원팀 소속 임직원에게 ‘나눠정’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하는 프로젝트 ‘사랑의 밀키트’도 진행했는데, 회사가 밀키트 가격 1만2000원 중 8000원을 부담했다.
KT ESG경영추진실장 이선주 상무는 “이 같은 광화문원팀의 나눔 활동은 사회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때, 우리가 앞장서자는 취지의 환경·책임·투명경영(ESG)과 맞닿아 있다”며 “광화문원팀은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에 가치를 더하는 ESG 프로젝트를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로 똑똑하게 지원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KT는 지난 7월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추진을 목표로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의 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에 KT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서비스를 접목한다는 것.
이를 위해 먼저 제로페이 가맹점 앱에서 KT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서비스인 ‘잘나가게’를 제공한다. 잘나가게는 KT 빅데이터 분석으로 내 가게 주변의 유동인구와 맞춤형 상권분석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한 제로페이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출시를 앞둔 ‘KT AI 통화비서’ 서비스도 적용한다. KT AI 통화비서는 점주를 대신해 인공지능이 전화를 받아 예약 등 단순업무 처리를 돕는 서비스로, 소상공인들의 단순업무 경감과 매장운영 효율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송재호 부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간편결제와 AI, 빅데이터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부에 와닿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해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