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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문학㉔] 현대백화점, 온라인식품몰에 소설·수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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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1.10.04 10:39:03

음식 맛 더해주는 스토리
소비자 구매욕 한층 커져
문학과 쇼핑의 묘한 만남
코로나 시대에 더욱 주목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식품몰인 투홈에 현대식품문학을 운영하고 있다. 김금희, 김연수 등 유명 작가의 엽편 소설, 박준 시인의 에세이 등을 싣고 있다. (사진=투홈 캡처)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집콕’이 대세가 된 요즘, 문학은 메마른 삶에 위로가 된다. 이에 CNB가 ‘문학’을 ‘경영’에 담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편은 자사 온라인식품몰에 소설과 에세이를 담은 현대백화점 이야기다. (CNB=손정호 기자)


 


“그날 밤, 아침 안개가 자욱한 귤 밭을 걷는 꿈을 꾸었다.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애인의 귤 밭인 걸 알 수 있었다.” (정세랑)

정세랑 작가의 엽편소설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의 한 부분이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온라인 쇼핑몰인 ‘투홈’에서 읽을 수 있다.

정 작가는 넷플릭스에서 남주혁, 정유미 주연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작가이다. 그는 ‘심시선으로부터,’ ‘옥상에서 만나요’ ‘피프티 피플’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요즘 문학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라서, 투홈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니 설레었다.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는 제주도가 고향이라서 귤을 잘 먹지 않는 애인을 둔 나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감귤 식초로 애인이 좋아하는 블러디 메리 칵테일을 만들고, 안개가 낀 귤 밭의 꿈을 꾼다는 몽환적인 이야기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쓴 정세랑 소설가도 현대식품문학에 참여했다.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는 제목이다. (사진=투홈 캡처)

투홈에는 매거진 코너가 별도로 있다. 이곳에 ‘현대식품문학’란이 있는데, 유명 소설가의 짧은 픽션이나, 시인 또는 뮤지션의 에세이를 싣는다.

김금희 작가는 ‘여름의 엔초비’, 김연수 소설가는 ‘아직은 봄이니까, 미나리는 얼마든지’를 통해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를 펼쳤다.

박준 시인은 ‘고요와 소란 사이, 무화과의 맛’, 오은 시인은 ‘감칠맛이 보상이라니’라는 수필에서 맛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배우 봉태규는 ‘비로소, 콩국수’, 가수 요조는 ‘턱이 시리도록 달고 좋았다’로 예술가의 일상을 보여줬다. 장우철 에디터는 ‘딸기의 자리’에서 금실, 만년설, 메리퀸 등 다양한 딸기 품종의 맛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하나의 글마다 그 글에 어울리는 그림이나 사진을 배치해, 읽는 즐거움이 배가되도록 했다. 스마트폰으로 유명인의 짧은 소설과 에세이를 읽으면서 잠시 일상의 머리 아픈 일들을 잊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현대식품문학을 운영하기 시작한 후, 투홈 사이트에서 고객이 머무는 1인당 체류 시간이 이전보다 30%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 외부 사이트에서 투홈으로 들어오는 신규 방문자 중에서 현대식품문학 링크를 클릭한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올해 초부터 식품을 주제로 한 소설, 수필 등을 매달 한 편씩 선보이는 ‘현대식품문학’을 연재하고 있다”며 “로그인하지 않아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읽고 사고 요리하고 ‘논스톱’



현대백화점이 식품몰에 문학에 접목시킨 이유는 ‘맛’과 ‘쇼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다.

작가들이 쓴 음식 스토리는 맛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준다. 이는 다양한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쇼핑 페이지인 ‘투홈’과 어울린다.

 

현대식품문학에 실린 작품들은 투홈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를 바탕으로 쓰여진다. 이에 맞는 레시피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진=투홈 캡처)

예를 들어 김연수 작가의 엽편소설은 엄마의 물김치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페이지 하단에 약속농장 미나리와 유기농 마늘, 토종 유정란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링크가 있다. 미나리물김치 요리를 할 수 있는 레시피 링크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짧은 소설을 읽고, 작품에 등장한 음식의 재료를 주문해서 레시피대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셈. 그러다보니 쇼핑과 요리라는 일상의 지루한 노동이 보다 즐겁게 느껴진다.

즉, 현대백화점은 스토리와 요리, 구매를 한방에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식품몰에 문학에 접목시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도 ‘현대식품문학’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영화나 연극, 뮤지컬보다 소설과 에세이에 관심이 높아진 점이 긍정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현대식품관 투홈은 자체 콘텐츠를 강화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이를 위해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정세랑, 김연수, 패션 전문지 에디터 출신의 작가 장우철 등을 참여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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