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1.08.06 09:22:49
서울 강서구의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과정을 담은 김정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이 화제다. 그곳 주민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1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을 중심으로 '상영금지 가처분 반대 탄원서' 운동을 벌여, 4일만에 총 5만 8877명이 탄원에 참여했다. 다행히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취하됐다.
10조 분량 발언 삭제 요청...이번엔 가처분 소송
그러나 이번엔 그 주민이 "10초 분량의 자신의 발언 부분 삭제"를 요구하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장면은 지난 2017년 9월 5일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토론회 장면으로 총 4분 42초다. 이 중 반대 측 토론자들이 발언한 분량은 1분 26초인데, 이중 자신이 나오는 10초를 삭제해 달라는 요구다. 물론 모든 토론자들이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김정인 감독은 10초 분량 삭제 요구와 관련해 "일견 간단한 요구처럼 보이지만 저는 다음의 이유로 수락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수락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작품 내 모든 발언은 특수학교 설립을 바라보는 사회적 단면을 가장 핵심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빠질 수 없는 이야기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얘기다.
또한 "요구를 수락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그 이후의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라며 "신청인의 발언을 삭제한다면 다른 반대 측 토론자들 역시 같은 대응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모든 주요 내용이 삭제되면 ‘학교가는길’은 다큐멘터리로서 생명력을 잃게 되고 말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다음주 목요일 김정인 감독은 이 소송으로 인해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CNB뉴스는 5일 김정인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이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제작 의도는 무엇이고 이 영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적은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을 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2017년 7월 인터넷 기사를 통해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 무산'이라는 단신 기사를 접하고서 "학교도 제대로 못보내는 학생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호기심에 이끌려 9월 2차 토론회를 찾아가 주인공인 부모님들을 만나게 됐다. 당시 무릎을 꿇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촬영하게 됐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나?
-저는 어째됐던 간에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고, 선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에,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 문제까지도 반대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이들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장애아들을 촬영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나?
-발달장애아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면 갈곳이 없어 더 힘들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부분이 장애인 부모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한데,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다시 컴백홈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족들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도 계신데, 이러한 점들을 우리사회가 좀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인 감독은 다큐 '학교 가는 길'로 2020년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장편경쟁 특별언급), 영화 내 사랑 한옥마을'로 2016년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 수상(한국환경영화경선 특별언급), 2016년 제16회 전북독립영화제 우수상 수상, '하늘 연어'로 2009년 제9회 전북독립영화제 우수상 수상, '하늘에 계신'으로 2008년 제6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대상 수상 이력을 갖고 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