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 변화로 ‘특화기업’ 몸값 쑥쑥
대형식품사들 너도나도 협업 통해 ‘윈윈’
‘ESG 경영’과 맞물려 협력 보폭 넓어져
식품업계가 스타트업(소규모 신생기업) 투자에 본격 나섰다.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기존 전략을 버리고, 미래성장동력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이는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CNB가 확 달라진 시장 상황을 들여다 봤다. (CNB=전제형 기자)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프론티어 랩스(FRONTIER LABS)’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과 함께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선발해 최대 1억원을 초기 투자하며, 3개월간 멘토링 과정을 거친 뒤 추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롯데푸드도 자사의 식단 관리 제품 라인업 ‘쉐푸드(Chefood) 세븐데이즈 플랜’ 7종을 건강식 당일 배송업체 ‘프레시코드’에 입점하며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프레시코드의 대표 서비스 ‘프코스팟’ 배송을 이용하면 오전(9시 30분 이전) 주문 시 무료로 당일 점심에 지정한 장소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앞서 프레시코드는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엘캠프(L-CAMP)’ 5기에도 선정된 바 있다.
이보다 일찍 스타트업 협업에 나선 식품업체들도 여럿이다.
농심은 지난 2018년 말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농심 테크업플러스(NONGSHIM TechUP+)’를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낵포’, 빅데이터에 기반해 시장·상권 분석하는 스타트업 ‘오픈업’, 3D 푸드 프린팅 하드웨어를 비롯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 ‘요리로’ 등 총 3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하이트진로도 같은 해 6월 ‘더벤처스’와 투자계약을 체결한 이래 리빙테크기업 ‘이디연’, 온라인 중개 플랫폼 서비스기업 ‘푸디슨’, B2B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스페이스리버’ 등에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해 3월부터 푸드테크기업 ‘저스트(JUST)’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저스트 에그’ ‘저스트 마요’ ‘저스트 드레싱’ 등 저스트 제품들을 SPC프레시푸드팩토리에서 제조해 국내에 독점 유통해오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밀키트 전문 기업 ‘푸드어셈플(FOOD ASSEMBLE)’과 밀키트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7월 노르웨이 연어 양식 스타트업 ‘새먼 에볼루션(Salmon Evolution)에 약 65억원의 지분을 투자해 안정적인 대서양 연어 수입 경로를 구축했다.
미래식품 개발은 협업이 필수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식품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순한 먹거리 중심이었던 식품시장이 현재는 대체식품, 맞춤형 건기식, 고령 친화 식품 등 다양한 트렌드로 발전했다.
이에 따른 대응력을 높이고 미래식품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
또 경제계 전반에 유행처럼 번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영향을 끼쳤다. 친환경에 중점을 둔 푸드테크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ESG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대형식품업체들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에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결합돼 미래사업영역을 발굴하기 수월하다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 역시 “대형식품업체는 식품 관련 멘토링을, 스타트업은 식품에 AI, IT 등을 결합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탈취? 순기능 더 많아
다만 일각에서는 대형식품업체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기술을 가져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고창원 팻캣 대표는 CNB에 “대기업이 투자를 해주는 경우 스타트업과 적대적으로 가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인재들을 중용하기 위해 바이아웃을 통해 회사를 통째로 사는 경우 등 순기능이 더 많다”며 “오히려 투자 또는 협업이 아닌 몰래 기술·아이디어 등을 뺏는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NB에 “식품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건강한 산업 생태계 구축과 미래 성장 기회를 함께 하는 차원에서 협업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푸드 측은 “‘프레시코드’에 샌드위치 등 간편식 제품을 추가로 입점할지를 논의 중”이라며 “또 최근 롯데벤처스가 주관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 ‘미래식단’을 통해 발탁된 스타트업들과도 다각도에서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CNB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음식과 기술의 결합을 선보일 기업이라면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꾸준히 성장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긴 호흡으로 라이프스타일 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최근 여러 기업에서 스타트업 투자 과정과 방식에 대한 협업 문의가 들어와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PC삼립 관계자도 CNB에 “푸드테크 기반의 ‘저스트(식물성 계란)’를 시작으로 ‘에그슬럿’ ‘초바니’ 등의 글로벌 브랜드를 영입헀으며, 오는 하반기 중으로 저스트 및 초바니 제품을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원산업 관계자도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양질의 단백질 생산이 필수 과제로 떠오른 만큼 국내 어업 방식을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하며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