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잡아라” 비건 라면 전쟁
환경·건강 트렌드 편성해 신제품 출시
“완전한 한끼 식사로는 불충분” 지적도
최근 삼양식품이 ‘맛있는 라면 비건’을 출시하며 라면업계에 비건(Vegan·완전한 채식주의자) 열풍이 불고 있다. 앞서 농심은 지난 2013년 ‘야채 라면’을, 오뚜기는 2019년에 ‘채황’을 선보이며 비건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한동안 조용하던 라면 시장에 다시 채식 경쟁이 시작된 이유는 뭘까. (CNB=전제형 기자)
삼양식품은 지난 3월 식물성 원료로만 맛을 낸 ‘맛있는 라면 비건’을 내놨다. 삼양 측에 따르면, 표고버섯, 파, 브로콜리 등 다양한 채소로 맛을 낸 국물에 감자전분을 함유한 건면이다. 여기에 청양고추 조미유를 첨가해 먹는 방식이다. 이 정도면 ‘채식 라면’이라 불러도 될 듯 싶다.
이는 기존 농심과 오뚜기가 장악하고 있던 비건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농심은 2013년부터 7가지 야채로 국물 맛을 낸 ‘야채 라면’을 판매해오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야채 라면은 육류나 생선을 사용하지 않고 양파, 마늘, 생강, 고추, 양배추, 채심(청경채류), 토마토 등으로 맛을 낸다고 한다.
농심은 또 올해부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Veggie Garden)’ 사업을 본격화했다. 베지가든은 농심연구소와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 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식물성 대체육을 비롯해 조리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18개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오뚜기도 2019년부터 채소 라면 ‘채황’을 시중에서 팔고 있다. 오뚜기에 따르면, 채황은 버섯, 무, 양파, 마늘, 양배추, 청경채, 당근, 파, 고추, 생강 등 10가지 채소를 재료로 삼고 있다. 면은 감자전분을 사용하고, 스프에는 표고버섯과 된장이 들어간다고 한다.
‘라면은 나쁘다’는 편견 깨기
이처럼 라면 업계에 비건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우선 국내 채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채식 인구는 100~150만명 안팎이었으며 올해는 25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8년 15만명에서 약 17배 증가한 수치다. 관련 업계에서는 오는 2025년에 채식 시장 규모가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채식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건강한 한 끼’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점도 라면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라면 업체들도 ‘라면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 나트륨 함량을 줄인 저칼로리 분말스프 등으로 구성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라면 기업들의 비건 제품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농심 관계자는 CNB에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채널에서 (농심의) 비건 라면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향후 1000억원 규모로 시장을 키우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 측도 “앞으로 라면, 냉동 볶음밥, 만두 등 다양한 제품에 걸쳐 비건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 역시 CNB에 “이미 해외시장에서는 2019년부터 영국 비건소사이어티의 인증을 취득한 비건 라면을 수출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맛있는 라면 비건’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비건 인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건 라면이 ‘건강한 한 끼 식사’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은 업계가 공통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비건 라면이 식물성 식재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인스턴트’ 식품인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며 “건강한 식단관리를 위해서는 채소와 곡류, 견과류 등 다양한 식물성 식재료들이 함께 어우러진 밥상을 차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