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내세운 치킨기업들, 수제맥주 공략
MZ세대 취향저격…다양한 치맥세트 개발
대형프랜차이즈의 ‘골목상권 침해’ 시각도
치킨업계가 수제맥주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제너시스비비큐(BBQ)가 마이크로브루어리와 손잡고 자체 수제맥주 브랜드를 론칭한 데 이어 최근 교촌에프앤비(교촌F&B)도 LF로부터 인덜지를 인수하며 관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수제맥주는 치킨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CNB=전제형 기자)
BBQ는 지난 2019년부터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손잡고 수제맥주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는 국내 수제맥주 면허 1호 기업으로, 하우스 비어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옥토버페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약 1년간의 개발 기간 끝에 지난해 7월 ‘비비큐 비어(BBQ Beer)’ 6종을 출시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기업인 제주맥주와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 치킨에 최적화된 저도주 ’프롯 에일 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BBQ가 유통·마케팅을 담당하고, 제주맥주가 제품 개발 및 관리를 맡는다. BBQ는 현재 경기도 이천에 수제 맥주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시설도 건설 중이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도 최근 LF그룹으로부터 인덜지의 수제맥주사업부를 120억원에 인수했다. 인덜지는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강원도 고성군에 연간 450만ℓ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양조장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위트’ ‘백두산 IPA’ ‘설악산 스타우트’ 총 4종의 수제맥주를 시장에 내놓았다. 교촌은 오는 6월 안으로 자산 양수도 절차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수제맥주 제조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국 교촌 가맹점 인프라를 통해 ‘치맥’(치킨+맥주) 소비문화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혼술+수제맥주’ 치맥 부른다?
이처럼 치킨업계가 수제맥주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시장 성장성을 들 수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7년 433억원 수준이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원으로 3년 만에 2.7배가량 성장했다. 2023년에는 시장규모가 3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수제맥주 매출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GS25·CU·세븐일레븐 편의점 3사의 지난해 1분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9~250%가량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맥주 신장률이 35%쯤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또 다른 이유로 투자 효율성을 꼽을 수 있다. 양조장 인수의 경우 별도의 설비투자 없이도 생산 경쟁력이 확보돼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기존에 구축된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제맥주를 각지로 배급하기도 용이하다. 교촌과 BBQ는 각각 1280여 개, 1800여 개에 이르는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맥주의 사실상 퇴출, 주세법 개정 등 외부환경도 긍정적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19년 한일 무역분쟁을 기점으로 반사이익을 봤다. 당시부터 국내 맥주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 맥주가 매대에서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그 빈자리를 국산 수제맥주가 채웠다. 아사히맥주 등을 수입·판매하던 롯데아사히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1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가까이 줄었다.
세금 줄어 가격경쟁력 확보
주세법 개정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커진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맥주 과세체계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었다. 국산맥주는 국내 제조원가에 국내의 이윤·판매관리비를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했었다.
이런 과세 체계에서는 수제맥주가 비쌀 수밖에 없었다. 소량 생산 체제라 인건비·재료비에 따른 생산단가가 높았던 수제맥주가 당연히 세금도 많이 내는 구조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술의 부피·용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종량세’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국산 수제 캔맥주(500㎖)의 경우 기존에는 리터당 1758원의 세금을 냈지만, 종량세 전환 후 1343원으로 415원이 줄었다.
이는 수제맥주가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CNB에 “수제맥주의 유통채널 입점, 가정집 등으로의 배달 등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치킨프랜차이즈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수제맥주 시장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발돋움한 게 인덜지 인수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같은 치킨업계의 수제맥주 시장 진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맥주에 치킨’은 찰떡궁합이라는 점에서 수제맥주 시장 확대는 치킨 매출 성장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제맥주는 코로나19에 따른 ‘혼술’ 경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취향과 맞물리며 밝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수제맥주의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뛰어올랐다.
치킨표 맥주맛은 ‘의문’
이처럼 장밋빛 청사진이 펼쳐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치킨업계의 수제맥주 시장 진출을 두고 일종의 골목상권 침해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제맥주 복합문화공간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의 김시연 대표는 CNB에 “국내 수제맥주 기업들은 영업력과 마케팅 측면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과 비교가 안된다”며 “치킨기업들의 수제맥주 시장 진출로 인해 150여개 중‧소형 수제맥주 제조사의 존립이 더 위태로워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치킨과 맥주의 만남이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맥주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치킨에 적합한 다양한 맛의 수제맥주를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