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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핫] 잇따른 수주 낭보…조선업계 ‘봄’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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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1.04.03 08:45:42

조선3사, 잇단 대형 수주에 모처럼 ‘활짝’
선박 건조해야 입금되므로 아직은 한겨울
겨우 한고비 넘겼지만 아직 웃기는 일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사진=현대중공업)

오랫동안 수주 불황에 허덕이던 국내 조선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를 중심으로 연일 수주 소식이 전해지고, 세계 시장에서도 중국, 일본을 제치고 4개월째 ‘수주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등 업황 반등 기미가 뚜렷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봄’이 온 건 아니라는 분위기인데, 그 실태를 들여다봤다. (CNB=정의식 기자)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16년 인도한 초대형LPG선.(사진=현대중공업)

국내 조선업계가 연일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연초부터 1조원대를 넘어서는 수주 계약을 잇따라 체결해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컨테이너-로로선 등 선종을 가리지 않고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3월 말 기준 한국조선해양의 수주 규모는 총 61척, 50억달러(약 5조6700억원)로, 연간 수주 목표액 149억 달러의 33.5%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6일 파나마 지역 선주로부터 1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총 2조8000억원에 수주해 단일 선박 건조 계약으로는 세계 최대 기록을 세웠다. 발주처는 세계 7위 선사인 대만 에버그린으로, 최근 수에즈운하 ‘길막’ 사고를 일으킨 에버기븐 호를 보유한 회사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으로 3월 말 기준 42척, 51억달러(약 5조7000억원)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 78억달러의 65%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초 LNG 이중연료 추진선(VLCC) 10척을 1조1000억원에 수주하고, 같은 달 16일에는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VLGC) 3척을 2650억원에 수주하는 등 연일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0척, 초대형 LPG운반선 5척, 컨테이너선 4척 등 총 19척, 17억9000만달러(약 2조1100억원)를 수주해 올해 목표 77억달러의 23%를 달성했다.

 


글로벌 수요 회복·일본發 반사이익 ‘호재’



이렇듯 조선 빅3의 수주가 이어지는 요인으로는 경기회복에 따른 발주량 증가와 최근 운임 급등으로 인한 컨테이너선 및 원유 운반선의 수요 폭증, 경쟁국인 중국, 일본에 비해 한국 조선업계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점 등이 꼽힌다.

조선·해운 시황 조사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전세계에서 컨테이너선 총 402만CGT(표준선 환산톤수·101척)가 발주된 가운데 한국이 171만CGT(31척)를 수주해 점유율 43%를 차지했다. 원유운반선을 포함한 탱커의 경우 총 161만CGT(59척)가 발주된 가운데 한국이 132만CGT(40척)를 가져가 82%의 점유율을 보였다.

 

수에즈 운하 사고를 일으킨 에버기븐 호.(사진=연합뉴스)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한국 조선업계의 호재다. 친환경 선박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핵심 시장이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노후선 폐선이 늘고,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이달 15일 기준 올해 발주된 가스추진선(LNG나 LPG 등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 54척 중 40척을 수주해 74.1%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조선 빅3와 100척이 넘는 LNG선 건조 슬롯 계약을 맺고 있는 카타르의 발주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최근 수에즈 운하 사고를 일으킨 에버기븐 호가 일본 이마바리조선소가 건조한 선박인 것도 우리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의 잦은 고장 사례는 이제 익숙해진 가운데 일본에서 건조된 선박도 품질의 신뢰성이 사라진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의 선박 주문량은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속 수주에도 1분기 실적전망치 ‘흐림’



이렇듯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조선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겨울’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불황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조선 3사의 1분기 실적 전망부터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1분기(연결기준) 실적전망치는 한국조선해양 510억원, 대우조선해양 10억원, 삼성중공업 –317억원 등에 불과하다.

이는 수주에서 선박 건조, 인도, 잔금 인수까지 통상 1년 6개월에서 2년 가까이 걸리는 조선업의 구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수주 가뭄이 이어진 탓에 현재는 여전히 일감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번 1분기의 수주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는 2022년~2023년쯤이 된다.

 

현대제철의 조선용 후판.(사진=현대제철)

선박 건조의 핵심 원재료인 후판 가격이 상승 추세인 것도 부담 요소다. 후판 비용은 전체 선박 건조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그간 조선업계의 업황을 우려해 거의 원가 수준에 후판을 공급해왔던 국내 철강업계가 최근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다. 원료가격 상승, 글로벌 철강제품 수요 증가 등으로 철강업계의 버티기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 조선업계의 마진 폭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것은 선박 신규 제작 가격을 의미하는 ‘신조선가 지수’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는 것.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1월 76.4, 2월 77.4, 3월 82로 월 평균 약 3%씩 상승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이어지면서 조선업계에 거는 기대가 커진 상황이지만, 아직 웃을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최악의 국면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단계”라고 설명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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