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그대로, 내용물만 바꿔
간단한 행동으로 친환경 동참
하지만 직원 없인 이용 어려워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하는 ‘자제의 시대’. 출타는 왠지 눈치 보입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갑니다. 재밌고 새롭고 어쨌든 신선한 곳이라면 어디든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가보니 알게 된’ 또 다른 오감의 영역이 안방으로 배달 갑니다. 이번 편은 집 앞 편의점에서 용기 재사용으로 펼치는 친환경 활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공병 재사용, 플라스틱 줄여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의 한 GS25 편의점을 방문했다. 오후 3시대의 매장 풍경은 비교적 한산해 보였다.
이곳은 GS25가 선보인 ‘리필 스테이션(Refill Station)’이다. 리필 스테이션은 방문객이 전용 용기에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를 충전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다소 불편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완제품보다 싸다는 장점이 있다.
리필 스테이션은 출입문 기준 우측 정중앙에 위치했고, 옆에는 매장 직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냥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얼마나 불편하고 기존제품 대비 얼마나 저렴할까?
우선, 에코스토어 섬유유연제(시트러스향) 액체형을 구매해 봤다.
난생처음 해보는 일인지라 해당 직원에게 리필 이용방법을 문의해봤다.
절차는 간단했다. 먼저 세탁세제 또는 섬유유연제 리필의 경우 반드시 매장 직원을 통해서만 진행 가능했다. 다음으로 매장에 비치된 공병으로만 리필을 할 수 있었다. 공병은 낱개 당 500원에 판매됐다. 뒤이어 직원이 가득 채워진 공병을 저울에 달아 측정 후 제품 전면에 제조일자 스티커, 후면에 제품 품질 표시 스티커를 부착하고 나면 계산대에서 정산하는 것으로 과정이 일단락됐다.
실제로 편의점 리필 스테이션을 체험해보니 여러 가지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접근 용이성을 들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에 해당 시설이 마련돼 누구라도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관련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GS25 측은 이곳을 시작으로 리필 스테이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다양한 친환경 카테고리 상품도 추가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에코스토어가 손수 제작한 전용 리필용기를 사용해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를 구입하다보니 플라스틱 절감에 따른 착한 소비에 동참한다는 기분도 들었다. 최초 용기 구입 후 깨끗이 관리하기만 한다면 지속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시중에서 섬유유연제 또는 리필용 섬유유연제를 사는 것 대비 플라스틱·필름 소비량(배출량)을 줄여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 하단에는 유해한 화학성분 없이 뉴질랜드에서 10% 재활용 플라스틱과 90% 사탕수수 플라스틱으로 제작됐으며,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는 그림과 문구가 적혀있었다.
“싼 거 맞아요?”
이에 반해 불편하거나 미흡한 점도 존재했다.
무엇보다 반드시 매장 직원을 통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장 직원이 매 순간 리필 스테이션에 상주하는 게 아니라 상품 진열·정리, 카운터 업무 등으로 자리를 비울 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함께 1ℓ의 액체가 들어가는 전용 리필용기에 손잡이가 없는 점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용기를 담을 별도의 가방 없이 편의점에 방문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팔이 아프겠거니와 현장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비닐봉투 등을 추가로 구입하는 일도 친환경 소비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가격문제다. 저렴하다고만 말할 수 없다. 비교대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리필 스테이션에서 판매되는 1ℓ 기준 세탁세제는 6700원, 섬유유연제는 1만500원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동일 제조사·용량의 제품(세탁세제 1만900원, 1만7100원)보다는 저렴하다. CNB가 살펴본 결과 편의점서 파는 같은 용량의 다른 회사 제품들에 비해서도 40%가량 싼 편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같은 할인율이 큰 유통망과 비교하면 경제적 장점이 떨어진다. 인근 마트를 돌아보니 동일 용량 기준 D사 섬유유연제 5290원, L사 섬유유연제 5990원, P사 섬유유연제는 3490원으로 최대 1.8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하면서 “저렴한 가격대로 구성해 소비자의 이용을 독려한다”고 했는데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비싼 제품 가격은 편의점 이용률이 높은 데 반해 주머니 사정은 비교적 얇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에 있어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어린이대공원역 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CNB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소비되는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등이 편의점에서 친환경 리필 형태로 판매되는 것은 반길 일”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이 앞선 상품들이 비치된 할인마트 등을 놔두고 편의점을 찾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할인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섬유유연제는 정가가 아닌 개별점 할인가여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가는 이미 ‘리필’이 대세
하지만 ‘리필 친환경’은 유통업계에서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에 GS25 역시 리필 스테이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이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호응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에코 리필 스테이션의 이용 고객은 월평균 1000명을 웃돌고 있으며, 고객이 직접 제작한 리뷰 콘텐츠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히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 관계자는 CNB에 “친환경에 대한 인식 확대로 리필 관련 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GS리테일은 편의점 직영점 기준으로 리필 스테이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