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의 전통사찰인 임휴사가 불법건축물 및 무단형질변경으로 물의(본지 15일자 보도)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일부 불법행위에 국가보조금이 들어간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달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5~9월까지 임휴사에 방재시스템 유지보수 지원금으로 700여만원와 축대보수공사 등의 명목으로 민간보조사업비 3억원(자비 6000만원 포함)을 지원했다.
방재시스템 유지보수 지원금은 지난 2017년부터 700만원씩 매년 지원을 받았지만, 사찰 측의 자부담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달서구청이 관리비의 전액을 지원한 셈이다.
자부담 6000만원이 포함돼 총 3억원이나 들어간 축대보수공사는 홍수로 인한 재난 시 사찰의 보호 등이 목적이다. 그 결과 대웅전 축대 및 사찰 인근 배수로 정비사업이 마무리됐지만, 곳곳이 부실 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배수로인지 산길인지 조차 모호한 데다 사찰 부지가 끝나는 지점엔 1m이상의 턱으로 막혀 있어 사실상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라는 것.
더 큰 문제는 임휴사 측이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근 임야에 시멘트 포장을 하는 등 불법 행위까지 저질렀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가 사찰의 불법 행위에 악용된 셈.
게다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훼손한 임야를 복구조차 하지 않아 이 공간은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차장이 부족한 임휴사에 주민 세금을 들여 주차장을 조성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10년 동안 이 일대에서 단 한차례도 홍수나 재난이 발생하지 않아 배수로 정비 사업의 필요성 자체가 없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인근 한 주민은 "집이 근처여서 등산로 보다 기존에 이용하던 산길로 산책을 자주 다니는데 작년 임휴사 공사 이후 사찰 주변에만 폭 10m가 넘는 주차장인지 도로인지 정체 모를 공간이 생겨 다니는데 훨씬 편해졌다"며 "방재사업(높이 8m가량의 석축)도 마치 일본의 성벽을 만들어 놓은 듯 훤칠한 것이 말끔히 정비됐다"고 비꼬았다.
행정당국인 달서구청의 민간보조사업비 사용에 대한 확인 작업도 부실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 결과, 사업에 사용된 예산에 대한 증빙서류는 공사 전 제공 받은 견적서와 자부담 확약서, 공사 이후 임휴사 측이 준 통장내역서가 고작이다.
통상적으로 행정 절차상 민간보조금을 지원할 경우 해당 기관이나 단체에 각종 영수증과 지원금이 적절히 활용됐다는 점을 꼼꼼히 파악하는데 이 경우는 예외를 적용한 것이다.
달서구 관계자는 "민간보조사업으로 지원했으나 보조금만 지원했을 뿐 자세한 세부 사항은 사찰의 권한이며, 법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