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해외서 사전계약 신기록
테슬라 모델Y 대항마로 ‘주목’
배터리·반도체 원활 수급 ‘관건’
최근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이 예상을 뛰어넘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전계약 첫날 2만3760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유럽에서도 예약물량 3000대를 하루만에 완판시킨 것. 해외 주요 매체들도 “테슬라의 적수가 나타났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과연 아이오닉5는 전기차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CNB=정의식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해 개발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가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처음 공개된 아이오닉5는 25일 사전계약을 시작 1시간 만에 1만8000대를 돌파하더니 결국 첫날에만 2만3760대를 기록했고, 2일째인 26일에는 올해 국내 판매 목표인 2만6500대를 넘어섰다. 그간 현대차그룹이 출시한 모든 완성차 모델의 사전계약 첫날 기록을 갈아치웠다.
높은 인기는 해외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현대차 유럽법인은 3000대 한정으로 아이오닉5의 사전계약을 받았다. 그 결과 해당 물량의 3배가 넘는 1만여명이 몰리며 하루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유럽의 경우 계약금 1000유로(한화 약 136만원)를 받고 사전 계약이 진행된 것이어서 대부분 실제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현대차 유럽법인 측은 아이오닉 공개 이후 차량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23만6000건에 달했다고 전했다.
해외 매체들, 디자인·기술력에 찬사
해외의 주요 자동차 전문 언론들도 뜨거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Motortrend)>는 “최근 우리가 본 현대차 중 가장 의미 있는 신차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이며 한국의 자동차 제조 능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이다. 이 콤팩트한 크로스오버카는 스타일과 미학적인 측면에서 가장 흥미롭고 새로운 전기차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자동차 매체 <오토블로그(Autoblog)>는 아이오닉5의 세련된 디자인을 호평했다. 이 매체는 “아이오닉 5는 안팎으로 아주 적은 변화만을 거치며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계승했다.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은 콘셉트카 만큼이나 놀랍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각 진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디자인을 그대로 시장에 선보였다는 점이 감탄을 자아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자동차 매체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는 아이오닉5의 배터리 성능을 극찬했다. 이 매체는 “경쟁 모델보다 배터리 충전 시간이 짧으며, 훨씬 비싼 포르쉐 타이칸이나 아우디 e-트론 GT와 비슷한 충전 시간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아이오닉5는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는데 18분이면 충분하지만, 포르쉐 타이칸은 22분 30초나 필요하다는 데서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Auto Build)>는 아이오닉5를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와 비교했다. 이 매체는 “아이오닉5는 800V 충전 시스템과 4륜구동을 제공하는데, 이것만으로도 크기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자인 ID.4와 확연히 구별된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로 폭스바겐의 전기차 라인업에 대항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며 아이오닉5가 유럽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인정했다.
주행거리·안전성 논란 극복해야
그렇다면 아이오닉 5는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 테슬라의 ‘모델Y’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금까지의 전기차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파라메트릭 픽셀, 클램쉘 후드 등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점, 팰리세이드보다 긴 축간거리(휠베이스)로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평평한 바닥과 앞뒤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콘솔 등으로 편의성을 높인 점, 세계 최초로 적용된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 등은 모델Y엔 부재한 아이오닉5만의 차별 포인트다.
테슬라 전기차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는 부실한 마감과 단조로운 내장 인테리어, 밋밋한 외부 디자인, 느린 AS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라면, 이런 문제들이 거의 해결된 ‘아이오닉5’는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우려 요소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로 떠오른 ‘주행거리’가 길지 않다는 것. 모델Y 롱레인지의 1회 완충 최대 주행거리는 511km로 보급형 전기차 중 최고 수준이지만, 아이오닉5의 최대 주행거리는 430km에 불과하다.
또, 테슬라 전기차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지목되는 주행보조기능 ‘오토파일럿’에 비해 아이오닉5의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 기능은 다소 성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펌웨어 자동 업그레이드(OTA) 기능 역시 아직은 지원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잇따른 코나 일렉트릭 화재 논란으로 불거진 안전성 논란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현대차는 전세계에서 판매된 코나 전기차 8만1701대를 모두 리콜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아이오닉5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현대차가 전기차 분야에서 테슬라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관건은 빠른 생산과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인데,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등의 원활한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