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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돌아온 배당의 계절…재벌家 배당잔치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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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3.10 09:38:20

코로나19 위기에도 배당규모 큰폭 증가
금호석화·한진, 집안 분쟁 덕에 배당잔치
배당 2배 뛴 삼성전자, 상속세 감안한듯
전문가들 “지나친 고배당은 투자 걸림돌”

 

기업실적 개선, 주주친화정책 강화 등 다양한 이유로 올해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이 전년에 비해 늘었다. 최근 한 대기업 정기주총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주주들. (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3월 주총시즌을 맞아 ‘주총의 꽃’으로 불리는 ‘배당’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내 상장사 대부분의 배당규모가 전년에 비해 커진 가운데, 실적 뿐 아니라 경영분쟁, 기업상속 등이 도화선이 돼 배당금이 올라간 곳도 여럿 있다. CNB가 화려한 배당 잔치의 숨은 이면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배당요? 백만원도 안될 거예요. 배당 기준일 이후에 주가가 떨어진걸 감안하면 본전인 셈이죠”

주가가 7000원대 초반인 한 상장사 주식을 2100만원어치 가량 갖고 있는 이내영(46)씨 얘기다.

이씨는 배당수익을 노리고 작년말 이 회사 주식 3천주를 1주당 평균 7300원에 장내매수했다.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금의 비율)이 4%(1주당 292원)이므로 이달 말 주총이 끝나면 87만6000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하지만 배당락(配當落·배당기준일 직후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 탓에 현재 주가는 7000원대까지 내려갔다. 주가하락분과 거래수수료 등을 제하면 오히려 손실을 본 셈이다.

이처럼 소액투자자들이 소위 ‘배당주’에 투자해 이익을 보기는 쉽지 않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경우 은행이자 정도 건지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삼성家, 배당왕 1~3위 석권



하지만 재벌 총수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상장사 중 올해 주총에서 배당액이 공개된 613개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그룹 총수 및 CEO 대부분이 전년에 비해 배당금이 늘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가 배당왕(王) 1~3위를 모두 석권했다. 배당 증가율과 금액, 둘다에서 독보적인 선두그룹을 형성한 것.

지난해 별세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2009년부터 12년 연속 배당 1위를 차지했다. 이 전 회장은 2020년도 결산 기준 배당액이 전년보다 3897억원 늘어난 8645억원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87억원,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이 1621억원이다.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배당총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2020년 기준 배당액은 총 20조3381억원으로, 2019년도 9조6192억원에 비해 무려 10조7188억원(111.4%)이나 증가했다.

 

3월 주총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도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배당 규모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가(家) 다음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년보다 260억원 증가한 91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4위이며,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891억원)·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780억원)·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777억원)·구광모 LG 회장(688억원)·정의선 현대차 회장(582억원)·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337억원)이 상위 10위에 포함됐다.

최 회장의 경우 SK하이닉스의 배당총액(8003억원)이 전년보다 1163억원 늘어나 본인의 배당금 또한 증가했고, 구 회장은 LG화학이 전년(1536억원)보다 6천억 이상 증가한 7784억원을 배당총액으로 책정한 덕분에 웃게 됐다.

다만 현대차는 배당총액이 7855억원으로 전년(1조535억)에 비해 2680억원 감소했다. 작년 실적이 전년에 비해 매출액은 1.7%, 영업이익은 22.9%, 당기순이익은 33.5% 줄었기 때문.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다른 주요계열사들도 실적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정몽구 명예회장의 배당금 총액(현대차 등 4개 계열사)은 전년(933억)보다 17% 감소한 780억원이며, 정의선 회장도 전년(612억)에 비해 5%가량 줄었다.

CEO스코어가 국내 상장사 중 배당액이 공개된 613개사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총 배당액은 약 37조3400억원이다. 이는 전년(25조4650억원)에 비해 무려 46.6%(11조8760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통상 배당금은 3월 주총이 끝난 직후 지급된다. 대부분 총수·CEO들은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속으로 웃게 됐다.

 


‘배당잔치’ 사연은 제각각



기업실적이 배당규모를 결정짓는 잣대지만, 일부 기업은 경영권 분쟁이 배당의 덩치를 키우기도 한다.

올해 배당 시즌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금호석유화학이다.

금호석화의 내분은 지난 1월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특수관계인 관계 해소’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박 상무는 박 회장에게 경영진 교체, 주주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상무는 금호가(家)의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차남인 고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박찬구 회장은 박정구 회장의 동생이며, 박 상무의 삼촌(작은아버지)이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이번 박 상무의 행동을 ‘조카의 난’으로 부른다.

그런데 박 상무가 내민 주주제안의 핵심 중 하나가 배당확대다. 박 상무는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금호석화는 박 상무의 제안을 법원으로 보내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법적 하자가 없다면 주총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또한 이와 별개로 작년 실적이 개선된 점을 고려해 전년 대비 배당금을 무려 180%나 늘린 회사안을 10일 이사회에서 가결했다.  

 

‘조카의 난’을 일으킨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오른쪽)와 박 상무의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 상무가 내세운 주주제안의 핵심 중 하나가 배당확대다. (사진=CNB포토뱅크)

한진도 내부 갈등의 여파로 배당금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전 회장 타계 이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작년 주총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양측은 최근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 편에 서 있는 조현민(조원태·조현아의 동생) 한진 부사장이 최근 한진의 실질적 오너로 부상하자, 2대 주주인 사모펀드 HYK파트너스가 중간배당제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중간배당제는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회계연도 중간중간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부터 연4차례 분기별로 이익을 배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HYK가 조현아 전 부사장 편에 서서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조원태·조현민 측이 주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배당확대 등 선심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진은 남매 간 분쟁으로 배당이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원태 회장(왼쪽)과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오너가 분쟁 ‘동전의 양면’



오너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규모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규모(2020년 실적기준)가 전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으며, 향후 3년간 정규 배당 외에도 실적에 따라 추가 환원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 타계로 인해 발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천문학적인 상속세(약11조원 추정)가 배당 확대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주주들 입장에서는 오너 간 다툼이나 경영승계 등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너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 같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에 “경영권 다툼의 당사자들이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배당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분쟁이 길어지면 경영 위기로 이어져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당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CNB에 “배당이 늘면 기업가치가 올라가게 돼 주가가 오르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나친 배당은 결국 투자할 돈을 갉아먹는 셈이므로 충분한 사내유보금(투자 등에 대비한 잉여현금)을 갖춘 후에 주주환원 규모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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