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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K-방역’보다 자랑스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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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1.03.04 10:51:37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초등학생 아들에게 들은 얘기다. 요즘 초딩들 사이에서는 뭔가 대단한 게 있으면 앞에 ‘K’를 붙이는 게 유행이란다. 친구가 뭔가 놀라운 몸짓을 선보이면 “오~ K-댄스”, 선생님이 과도한 숙제를 내주면 “우~ K-숙제”라 말한다는 것.

K는 이전엔 K-팝, K-드라마, K-무비, K-웹툰 등 ‘한류’라 불리는 우리 문화 컨텐츠를 지칭할 때나 사용하던 접두어인데, 지난 1년여간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K-방역’이란 표현이 널리 사용됐고, 그 여파인지 이제는 어떤 분야에든 붙일 수 있는 만능 문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K-드립’이다.

물론 긍정적 의미로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K-홍보’ ‘K-학부모’ ‘K-수학’ 등 정부나 어른들의 행태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일종의 인터넷 유희이자 ‘밈(Meme)’이다.

그래도 초딩 아들의 설명에 따르면, K라는 수식어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이 담겼다고 한다. K라는 알파벳 문자의 지명도와 파급력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 덕분이다.

실제로 요근래 유튜브를 살펴보면 한국의 발전된 기술과 세련된 문화, 편리한 생활방식, 뛰어난 치안, 따뜻한 인심을 찬양하는 온갖 동영상들이 넘쳐난다. 소위 ‘국뽕 채널’이라 불리는 해외반응소개 채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들이 만든 수많은 채널들도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예찬’에 한창이다. 물론 그런 채널들 대부분이 이윤을 위해 운영되는 만큼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진심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든 꽤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매력적인 나라로 비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찬양해마지않는 ‘K-방역’, ‘K-치안’보다 더 위대하고 근본적인 문화수출 컨텐츠가 우리에게 있다. 바로 ‘K-민주주의’다. 경쟁력 높은 K-컨텐츠가 양산될 수 있었던 뒷배경이자, 현재도 수많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창작 의지를 보장해주는 우리 사회의 근간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렸던 수많은 민초들의 사연이다.

 

아시아 각국 시위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지고 있다.(사진=MBC)

이미 아시아 각국에는 ‘K-민주주의’가 널리 알려져 있고,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수년간 홍콩과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의 시위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시위곡이 ‘님을 위한 행진곡’과 ‘다시 만난 세계’다. 영어나 프랑스어, 중국어처럼 사용자가 많은 언어도 아닌 한글을 굳이 사용해 구호와 주장을 세계에 알리는 시위자들도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머나먼 남의 나라가 아니다.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시작해 꿈을 이뤄낸 모델 국가다. 홍콩 우산시위 참여자들과 미얀마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이 영화 ‘변호인’과 ‘택시운전사’, ‘1987’ 등 우리 민주화 역사를 다룬 영화들을 감상하면서 민주화 의지를 다졌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안타까운 건 그들의 힘겨운 투쟁에 보탬이 되긴 커녕 오히려 민폐를 끼치는 자들이 있다는 것. 일부 몰지각한 국내 기업들이 이들 국가의 독재권력에 다양한 시위진압장비들을 판매한 덕분에 다치고 피흘리는 현지인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급기야 ‘K-물대포’ ‘K-최루탄’ ‘K-진압’ 같은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몇 푼 안되는 이익을 위해 타국 시민들의 민주화 의지를 꺽는데 일조하는 건 어렵게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에 오물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세계 시민의 일원답게 인권과 민주주의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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