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도 영업이익 53.3% 급증
주택공급 2년연속 1위…올해 전망 맑음
해외 매출도 ‘쑥쑥’…수주량 크게 늘어
구원투수 김형, 재매각에도 청신호 켜져
지난해 주요 건설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실적 방어에 급급했지만, 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을 무려 53.3%나 늘려 증권가의 예측을 압도했다. 주택사업 집중 전략과 공격적인 현장 리스크 관리가 주효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오는 6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형 사장의 재신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CNB=정의식 기자)
5대 건설사 중 대우·DL만 실적↑
코로나19 여파로 건설업계 전체가 위축된 2020년이었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좋은 실적을 거뒀다. 특히 대우건설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3.3% 증가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9일 금융감독원 공시와 각사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DL이앤씨(구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5대 건설사는 2020년에 대부분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실적을 보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매출은 11조7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310억원으로 1.7% 줄었다. 현대건설은 매출 16조9709억원(-1.8%), 영업이익 5490억원(-36.1%)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고, GS건설도 매출 10조1229억원(-2.8%), 영업이익 7512억원(-2.1%)로 실적이 동반하락했다.
반면, DL이앤씨는 매출 10조2650억원, 영업이익 1조1781억원으로 각기 5.8%, 4.2% 성장해 5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게다가 대우건설은 매출이 8조1367억원으로 전년보다 6.0%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5583억원으로 전년(3641억원)보다 무려 53.3%나 성장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영업이익률도 6.86%로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해외 ‘두 마리 토끼’ 잡았다
3분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5% 하락한 1030억원에 불과했던 대우건설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65.7%나 늘어난 25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2020년 전체 실적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첫 번째 요인은 캐시카우인 국내 주택·건축 부분의 견조한 성장세다. 대우건설의 분양 물량은 2018년 1만4000여가구, 2019년 2만1000여가구, 2020년 3만3000여가구로 빠르게 증가했다. 불과 2년 만에 분양 물량이 약 2배 이상 급증한 것. 그 결과 대우건설은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주택공급실적 1위를 달성했다. 올해도 3만4791가구를 공급해 3년 연속 1위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요인은 그간 대우건설의 발목을 잡았던 해외 부문에서 원가율이 개선됐다는 것. 특히 베트남 하노이 THT(스타레이크, 떠이호떠이) 개발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연결종속기업에서 연간 매출 4781억원이 인식됐는데, 여기에는 아파트 인도 매출 1300억원과 일부 용지 매각 이익 등이 반영됐다.
다른 해외 현장들도 대부분 손실을 선반영한 상태로 공사가 완료됐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7(2.1조원), 이라크 알포 항만공사(2.9조원), 모잠비크 LNG 에어리어1(0.5조원) 등 해외 거점국가에서 대량의 수주에 성공해 해외 사업의 수익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요인은 리스크 관리 및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다. 지난 2018년 김형 대표 취임 이후 재매각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 및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는 것. 실제로 대우건설은 현금중심경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 2016년 말 365.1%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김형 사장 취임 이후인 2018년 말 269.9%로 줄었고, 2020년에는 248%로 줄어든 상태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4일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 대우건설 주가가 3일 30.8% 상승한 것을 비롯해, 대림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 주가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6월 임기 만료 김형 대표, 연임 성공할까
대우건설이 5대 건설사 중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발표하자 업계의 관심은 오는 6월 임기 만료가 예정된 김형 대우건설 대표의 거취로 쏠리는 분위기다. 오는 4월 이후로 예정된 대우건설 이사회에서 연임 여부가 확정된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재매각을 위해 새로운 구원투수를 내려보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과연 김형 대표는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김형 대표가 취임 직후에는 실적이 부진해 연임 가능성도 낮았지만, 결국은 체질 개선에 성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남겼다”며 “충분한 성과를 낸 CEO인 만큼 한번 더 기회를 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KDB산업은행이 재매각을 위해 재무전문가를 대우건설 대표로 투입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인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해 대우건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며 “지난해 실적과 관계없이 산업은행 측이 대우건설의 재매각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어서 (김형 대표의) 연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