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1.01.26 12:27:21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는 고양시, 김포시, 파주시 및 그 외 경기도 서북부 시민들에게 관심이 큰 주제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고 있어 무료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31개 한강다리를 표시한 지도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우선 한눈에 봐도 불평등하다. 서울시 內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은 촘촘하게 건설돼 있지만 모두 무료인 반면, 양쪽 끝 경기도 內 한강 다리는 몇 개 없어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도, 그 중 '일산대교'는 통행료까지 내야 한다.
물론 일산대교는 재정으로 만든 다리가 아니라 BTO 방식의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것이어서 '상환주의'에 입각해 투자 비용과 수익을 민간이 회수하는 구조라는 것을 시민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면서 비용까지 내야 하는 경기도민들은 이러한 상황이 불평등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 360억 감자로 후순위채권 발행...통행료 부담 원인?
(주)일산대교는 100% 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이다. 문제는 국민연금공단이 (주)일산대교로부터 과도한 이자를 받아가고 있어, 이것이 통행료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첨단 금융기법을 통해 실제로 내지도 않은 법인세까지 통행료에 산정돼 경기도민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연금공단은 360억원을 감자해 자본을 잠식한 후, (주)일산대교에 36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빌려주는 형식으로 20% 이자를 챙기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높은 이자율은 시민들 입장에서 부당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그 이자는 일산대교를 건너는 고양시, 김포시, 파주시민들과 경기 서북부 도민들이 통행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감자를 통한 자금재조달 금융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법에서는 "민간사업의 경우 사전 확정된 투자수익을 전제로 법인세를 통행료 산정요소로 포함"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법인세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 경기도와 국민연금의 싸움이다.
"내년엔 MRG 지급 안 할 듯"...일산대교 무료화 논의 적기
또 다른 문제점은 교통량 증가에 따른 MRG 문제다. 경기도는 (주)일산대교와 맺은 당초 협약에 따라 추정수입의 88% 미만 시 MRG(최소운영수입)를 보장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2008년 44%였던 통행료 수입비율이 2019년 85.8%로 증가했다.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2022년에는 MRG를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약 12년 간의 운영수익으로 볼 때, 잔여 운영기간인 18년 동안 운영수입 증가를 감안하면 지금 수익구조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통행료 무료화 방안은 무엇인가?
경기연구원의 2018년 용역 결과를 보면 "자금재조달 공유이익을 활용한 통행료 인하는 목표수준으로 통행료를 인하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라고 서술돼 있다. 그 이유는 공유이익의 일부가 운영수입보장(MRG) 수준의 완화에 사용됨에 따라 인하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MRG의 또다른 문제점이기도 하다.
경기연구원은 현실적 대안으로 무상사용기간 즉 관리운영권의 연장을 제시했다. 이는 결국 줄 돈을 늘려서 줌으로 인해 당장 통행료 인하를 도모하자는 것으로 조삼모사(朝三暮四)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서 터져나오는 대안은 '사업권 전체 인수 방안'이다. 가장 확실하게 일산대교 무료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길도 지난한 소송전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민주주의 사회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국민으로부터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또한 민주주의 사회니까 국민들이 나서면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전선의 포문을 연 이재준 고양시장 "무료화 논의할 때"
이를 위해 올해 첫 깃발을 든 지자체장은 이재준 고양시장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 경기도의회에서 무섭고 날카로운 집행부 및 정부 견제로 악명(?)이 높은 도의원이었다. 시민들에겐 그만큼 도움이 되는 의원일 수 밖에 없었다.
이재준 시장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해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논의할 때"라며 전선의 포문을 열었다.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김포시 정하영 시장도 지방선거 당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전해철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와 함께 공약으로 내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일산대교 통행료 문제는 비단 고양시와 김포시 문제는 아니다. 파주시 최종환 시장도 뜻을 같이 하고 있고, 강화도, 부천시 등 서부와 북부 경기도의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추진력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연금과의 이 싸움은 싸워 볼 만한 형국이 됐다. 지난 18일 도 간부 공무원들과의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도지사는 "인수하는게 안되면 그 옆에 다리, 아니면 지하차도라도 만들면 안되나"라며 "바가지를 계속 쓸 수는 없는 일"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NB= 경기 고양/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