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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조율’이 필요하다

1주택자 세금 부담 확대는 ‘조세저항’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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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0.11.12 10:29:25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가뜩이나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 모두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고통과 좌절감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른 증세 정책을 내놔 갈등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 얘기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 조세와 복지 행정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가치평가 시스템이다. 문제는 현실화율이 50~70%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다는 것. 시세 10억원 내외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세금은 약 6억원 정도에 맞춰 부과된다는 얘기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유층이 낮은 세금으로 고가의 부동산을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상황을 야기했다. 끊임없이 형평성 논란과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에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리돼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토지는 2028년까지를 시한으로 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또, 이 과정에서 중산층의 세금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시가격 6억원(시세 약 9억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선 보유세율을 0.05%포인트 낮춰주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 주장에 따르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전체 주택 1873만 가구 중 95.5%인 1789만 가구이며, 서울 전체 주택 310만 가구 중에서는 80.0%(247만 가구)다.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로 인해 세금 부담이 커진다 해도 95.5%에 대해서는 세율 조정을 통해 부담을 줄여준다는 얘기다. 실질적으로 증세 부담을 지는 가구는 전체 주택 보유자 중 4.5%에 불과한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 뿐이니 큰 문제가 없다는 것.

하지만, 이 정책이 공개되자 야당과 보수언론은 물론 주요 부동산 카페와 커뮤니티, SNS까지 연일 정부 정책에 대한 성토로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이전부터 정부 정책에 대한 ‘불호(不好)’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던 세력인지라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상황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혀온 4~50대 서울 1주택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종부세’로 인해 지지율이 급감했던 ‘참여정부 1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계산과 달리 수도권의 시세 9억 이상 주택이 이미 50%를 넘어선 상태라는 것. 최근 수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

이들 입장에선 살고 있는 주택의 가격이 올랐을 뿐 실제 금전적 이익을 얻은 건 아닌데, 세금만 갑자기 오른다니 막막하다는 것. 굳이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를 안해도 가격 상승에 따라 보유세는 일정 비율로 오르고 있다. 이것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로 인해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지 못하는 분위기다. 애초에 정부가 민심을 거스르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한 술 더 뜨는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10년의 기한을 둔 것이 불만이다. 현 정부 임기가 아닌 10년 뒤 공시가격 현실화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를 차기 정부로 미루겠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

경실련은 “2005년 공시가격 제도 도입 이후 15년 동안 재벌과 건물주, 법인, 고가주택 등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 80조 이상의 특혜를 제공했다”며 “당장 내년 공시지가부터 2배 인상하여 17년간 계속된 불공정 과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연 이들의 ‘이상(理想)’처럼 문재인 정부가 과감한 수술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임기 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반대자들의 주장처럼 현실화 로드맵을 백지화하는 것이 옳을까?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이를 ‘사실상의 증세’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본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실제 시장과 지나치게 어긋나는 상황을 바로잡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로 인해 많은 평범한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추천하고 싶은 방안은 최소한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율 조정을 통해 실질 세금을 줄이거나 현상유지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한해 세율을 조정해준다는 것인데, 이 조건을 ‘공시가격 10억원 이하 1주택자’ 또는 ‘모든 1주택자’로 변경하는 건 어떨까?

비슷한 상황에서 대만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한편 세율을 조정해 국민들의 실질 부담을 줄였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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