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청약 가점과 무관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틈새상품’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러 아파트 대체 주거상품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는 건 주거형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로, 청약 점수가 모자란 3040세대들에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
청약경쟁률·가점 ‘이중고’…3040 ‘강타’
자격요건 없는 ‘틈새상품’에 관심 집중
주거형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 대안 부상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던 41세 직장인 A씨. 그는 지난해 거주하던 빌라를 팔고 대출을 최대한 받아 경기도 고양시 삼송 지구에 위치한 50평대 오피스텔을 4억5천만원에 구입, 입주했다. 해당 오피스텔을 구매한 건 인근의 신축 아파트 가격과 비교했을 때 약 2/3에 불과한 가격 때문. 게다가 해당 오피스텔은 주거형 오피스텔로 설계돼 주변 30평형 아파트들과 구조도 비슷했다. 높은 취득세가 다소 부담이 되긴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인근 호재의 영향인지 가격이 주변 아파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다.
최근 수도권의 아파트 관련 규제가 날로 강도를 더해가고, 청약 경쟁률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청약 가점과 무관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틈새상품’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28곳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청약 접수 건수만 43만여건이었고, 평균 경쟁률은 67.8대 1에 달했다. 경기도 역시 상황은 비슷해 1순위 청약에 67만여건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25.1대 1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할 경우 서울은 2배, 경기도는 4배 넘게 경쟁률이 높아졌다.
청약 당첨 커트라인도 날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7월과 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 당첨자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0.6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1~6월) 평균 최저 가점 55.9점보다 4.7점이나 높아졌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에 따라 결정되며 최고 84점이다.
이렇다보니 청약 점수가 낮은 대다수 3040세대 입장에서는 청약통장 없이 ‘추첨’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틈새상품으로 ‘주거형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 상품들은 거주지와 무관하게 만 19세 이상이면 분양 자격이 주어지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아파트보다 높으며, 규제지역 내 100실 이상 오피스텔을 제외하면 분양권 전매도 자유롭다. 청약 점수가 낮아 아파트 청약 가능성이 희박해진 3040세대들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이러다 보니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주로 아파트 공급에만 매달려온 1군 건설사들도 규제를 피해 이 새로운 주택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거형 오피스텔, 인기 ‘쑥쑥’
가장 주목받는 건 역시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아파트와 비슷한 설계와 상품성을 갖췄으면서도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청약 당첨 후에도 주택 보유 수에 포함되지 않아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며, 재당첨 제한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법률상 주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비교적 자유롭다.
특히 최근에는 4베이나 판상형, 안방 드레스룸, 현관창고, 테라스 등 신축 아파트 못지않은 특화 설계가 도입되고,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최첨단 시스템 등이 적용되고 있다. 그 결과 아파트와 주거형 오피스텔이 동시에 청약접수를 진행했는데 주거형 오피스텔의 청약경쟁률이 아파트를 뛰어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에서 현대건설이 분양한 ‘힐스테이트 의정부역’ 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명이 몰려 145.0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단지의 아파트는 10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789명이 몰려 평균 46.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주거형 오피스텔의 인기는 수도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 4월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한 주거형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도안’은 총 392실 모집에 8만7397명이 몰리며 평균 222.9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KCC건설이 분양한 ‘해운대 중동 스위첸’ 역시 평균 93.01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다만, 아파트(1.1%~3.5%)에 비해 취득세가 4.6%로 높은 점과 일반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 부담이 높은 점, 대부분의 주거형 오피스텔이 상업지역에 지어지다보니 주변 소음이나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경우가 많은 점,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낮은 점 등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아파트+호텔’ 단점은 ‘세금’
‘레지던스’로 알려진 ‘생활숙박시설’도 주목받는 틈새상품이다.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호텔(관광숙박시설)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내 취사나 세탁 기능을 갖춰 주거시설처럼 이용할 수 있는 생활숙박시설은 아파트와 호텔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개념의 주거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들어 주거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수요자들이 크게 늘자 아파트와 유사한 평면에 중소형 규모의 평면을 선보이는가 하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까지 갖춰 고급 아파트 못지않은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 내부 설계나 상품성, 커뮤니티 등이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으면서도 주택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별도 청약통장이 필요없다. 아파트처럼 구분등기를 통한 보유와 매매가 가능하지만, 전매제한의 적용은 받지 않는다.
6·17부동산대책에 따라 인천·경기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상황이지만, 생활숙박시설은 여전히 전매가 가능하다. 심지어 지역과 무관하게 전국 어디든지 청약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8년 하반기 경기도 남양주 별내지구에서 현대건설이 분양한 생활숙박시설 ‘힐스테이트 별내 스테이원’은 578실 모집에 8724건이 청약 접수돼 평균 15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KCC건설이 분양한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도 평균 10.4대 1, 최고 18.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생활숙박시설은 호텔 등 관광숙박업 시설보다 건축규제가 덜해 품질과 완성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일반 아파트보다 높다. 따라서 가급적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시공사나 운영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발코니 확장이 불가하며, 취득세도 4.6%로 높은 편이다. 게다가 숙박시설로 운영하면 주택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거주하거나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면 주택이 되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 등을 잘 살펴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높은 집값과 청약경쟁률 때문에 내 집 마련이 사실상 어려워진 3040세대가 많아졌다”며 “설계나 상품성 측면에서 아파트에 못지않으면서도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도 자유로운 주거형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이 아파트 대체 주거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