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똑~’ 앞으로는 이 정겨운 전자음과 함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일이 보다 편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도전은 여의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CNB=손정호 기자)
카톡 주식거래 ‘태풍의 눈’
대형사, 긴장하며 예의주시
‘찻잔 속 폭풍’에 그칠까
카카오가 증권사업을 시작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의 대주주가 되도록 허용했다. (주)카카오페이는 작년에 이곳의 지분(60%, 400억원)을 인수했다. 이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는 프리오픈(pre-open, 정식개관 전 임시오픈) 상태다. 스마트폰으로 펀드상품에 가입할 수 있으며, 주식 등 다른 거래는 오는 27일부터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경영진은 이미 갖춰졌다. 전체 경영과 리테일 사업 부문은 김대홍 대표, 기업금융 부문은 윤기정 대표가 맡는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대우의 전신인 미래에셋증권의 설립 멤버다. 카카오페이 부사장을 지냈다. 윤 대표는 교보증권에서 경력을 쌓았다. 작년부터 바로투자증권 대표로 일해왔다.
목표는 ‘새로운 플랫폼 금융회사’다. 주식 등 일반적인 거래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오픈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회사가 카카오톡, 카카오페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과 차별화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카카오페이의 장점을 살릴 계획이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결재할 수 있는 편의성, 연결성, 기술력을 무기로 내세웠다. 자산이 적은 사용자들도 다양한 금융상품에 쉽게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다 투자 솔루션, 자문형 자산배분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인공지능 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를 활용한 비대면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오픈 이벤트가 한창이다. 오는 5월 31일까지 매주 평균 보유액 1만1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자금을 운영하는 고객에게 연 5% 이자(세전)를 지급한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재로서는 대형사(메리츠종금·삼성·하이투자·한국투자·KB·NH투자·SK증권,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들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바로투자증권은 2018년 매출 631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세워진 소형사다.
하지만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라는 무기가 있다. 그래서 대형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CNB에 “자본금만 놓고 보면 현재로서는 카카오증권이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다”며 “하지만 앞으로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기술적으로 잘 활용해 자본금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증권이 불러올 변화 ‘셋’
카카오페이증권이 볼러올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모바일 집중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식도 모바일로 거래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작년 코스피 시장에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Mobile Trading System·모바일로 주식 거래하는 플랫폼) 거래량이 더 많았다. 거래 수단별 비중은 MTS 40.66%,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Home Trading System·퍼스널컴퓨터로 거래하는 플랫폼) 38.89%, 영업점 단말기 10.44% 등이었다. 작년 처음으로 MTS로 주식을 사고파는 양이 HTS보다 많아졌다.
카카오증권이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시작하면, 스마트폰으로 거래하는 비중이 조금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2030세대의 주식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증권의 최대주주는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핀테크기술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직 카카오페이증권이 서비스 형태를 완전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별도의 MTS를 선보일 수도 있는데, 이를 카카오톡과 연동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카카오톡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층을 이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주식 거래에 관심이 많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사람들도 투자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세 번째로 소형사들의 판도 변화가 점쳐진다.
이곳은 자본금 기준으로는 몸집이 작은 회사다.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정회원으로 등록된 증권사는 57개다. 자기자본이 충분히 많은 대형사는 당분간 큰 지장이 없겠지만, 소형사는 카카오증권으로 인해 투자자 이탈 등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아직은 카카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 위협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리뉴얼하는 등 조금씩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