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남양유업이 이후 수년간 계속된 상생 노력으로 ‘물량 밀어내기’ 관행을 원천적으로 근절해 주목된다. 물량 밀어내기는 본사가 가맹점·대리점에 제품을 떠넘기는 행위로, 대표적인 갑질로 꼽힌다. 남양은 어떤 시스템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었을까. (CNB=전제형 기자)
수년간 상생 노력 결실 맺어
모든 결정권은 대리점주에게
3단계 시스템으로 갑질 근절
‘물량 밀어내기’란 본사에서 생산한 물건을 대리점이나 프렌차이즈에 강제로 공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남양유업 측은 물량 밀어내기에 대해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입고하고 그 물량에 대해 대리점이 책임을 지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해 단계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크게 주문(발주)과 제품배송, 매출 마감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주문 단계에서는 ‘영업사원 임의로 대리점 주문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는 대원칙을 세워 주문내역이 변경될 경우에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도록 했다. 대리점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주문을 수정·변경할 수 있으며, 대리점이 직접 주문변경을 요청했다는 근거(문자, 카톡 등)를 확인하고 전산 프로그램에 주문 변경 사유를 입력해야만 주문내역이 변경된다.
또 ‘주문이력관리제’를 도입했다. 최초~최종 단계 주문변경 내역(이력)과, 실제 대리점으로 배송된 출고량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물량 떠넘기기’ 원천적 불가
다음으로 제품 배송 단계에선 대리점이 제품 수령을 거부할 수 있는 반송 체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각 대리점은 주문하지 않았거나 원치 않는 제품이 배송됐을 시, 당일 즉시 회사(공장)로 반송 조치할 수 있다. 반송된 제품은 배송 당일 거래명세서 상에 반송내역이 표기되고 배송기사의 운행일지에 기록된 다음 최종적으로 매출 공제 처리된다. 이런 과정은 대리점 전산 프로그램 시작화면에 공지돼 모든 점주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매출 마감과 대금 결제에 있어선 대리점이 직접 확인·승인을 하도록 했다.
대리점이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마감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끔 결제 예정금액 및 항목별 상세내역이 포함된 자료를 전산으로 제공한다. 대금 결제에 있어선 대리점이 마감내역을 사전 확인하고 전자승인을 해야만 결제 대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대금 결제는 CMS(카드사) 또는 법인계좌 입금만 가능하며, 영업사원에 의한 현금수금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밖에 품목 프로모션 역시 대리점이 자유의사에 따라 직접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서면 약정을 체결해야만 최종 시행된다.
이렇게 되면 영업사원이 임의로 마감내역이나 결제내역 등을 조작하는 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영업사원이 실적을 올리고자 대리점에 과도하게 물량을 공급하는 경우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상생 최우수기업’으로 탈바꿈
이같은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대리점주들은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오남철 서울 길동점 대리점주는 “예전에는 본사 영업사원과 유선상으로 주문을 주고받다보니 무언 중의 압력을 느끼는 등 불편한 점들이 있었다”며 “지금은 문자, 전산 등 근거를 남기고 투명하게 주문을 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남양유업은 전국 대리점주와 상생 정기회의, 클린센터운영, 준법경영시스템 등 다양한 상생 노력을 펼치고 있다.
상생 정기회의는 대표이사, 임직원, 전국 대리점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 함께 상생 동반성장을 실현하고자 마련된 회의기구다. 대리점 영업현장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분기별 논의 안건을 개선해 영업정책에 반영해오고 있다.
준법경영시스템은 준법의식 강화, 상시 모니터링 운영, 영업사원 정기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준법의식 강화를 위한 임직원 준법서약, 대표이사 지휘서신, 준법레터 등을 임직원에게 발송한다. 이에 더해 준법 현장점검, 대리점 설문조사, 준법신문고 운영 등 상시 모니터링 운영과 영업사원에 대한 준법 실무교육, 법률자문 지원 등 정기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작년 12월에 ‘공정거래협약 이행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공정거래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