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드라마, K무비 등 K콘텐츠의 성공에 대해 연일 “한국 정부의 국가적 지원정책 덕분”이라고 폄하하던 일본 언론에서 보기 드물게 이와 반대되는 전문가 의견이 소개돼 화제다.
13일 일본 언론 ‘문예춘추온라인’은 아시아영화 전문가 이향진 릿쿄대학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왜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평가될까? 라는 주제를 말할 때 일본에서 흔히 말하는 것이 ”나라가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니까“라고 하지만,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 송강호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 리스트’에 올라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며 “그렇다면 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람들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봉 감독과)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한국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0점’의 평가를 받고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사례가 있다”며 “반대로 나라가 막대한 돈을 지원하고도 흥행에 참패한 영화도 많이 있어서, (국가의 지원과 성공은) 직접적 인과 관계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가 세계적 성공을 거두게 된 결정적 요인에 대해서는 “BTS(방탄소년단) 등 K팝 역시 마찬가지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업계의 주류가 되어 온 것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들이 만드는 영화는 단순히 ‘아, 재미있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번 ‘기생충’과 같이 ‘그 반지하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던 게 아닌가?’ 같이 무심코 누군가와 말하고 싶어지게 한다”며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나오도록 의도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는 “그는 ‘빈곤’을 그린다. 이 문제는 한국 특유의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문제로,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체감되는 문제”이며 “동시에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서 본 뒤에 토론이 생기는 것이고, 다른 영화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거기에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