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웹툰·드라마·음악…. 대형 게임사들이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한마디로 ‘게임에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서’다. 웹툰의 주인공이 게임 속에 등장해 스토리를 펼치는 식이다. 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CNB=손정호 기자)
‘게임에 스토리 입히기’ 경쟁
장르 넘나드는 ‘트랜스’ 열풍
‘중국게임’ 공세 맞선 차별화
게임업계가 ‘트랜스미디어(Trans-Media)’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게임이나 영화, 웹툰 등 문화소재의 장르를 넘나드는 일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엔씨소프트는 웹툰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업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웹툰 작가, 작품 판권(IP)을 발굴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공모전도 하고 있다. ‘NC 버프툰 글로벌 웹툰스타 오디션’을 통해 20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웹툰, 웹소설 플랫폼도 운영한다. ‘버프툰(BUFFTOON)’은 3000여종의 웹툰과 웹소설, 만화 등을 서비스한다. 최근 버프툰은 중국을 대표하는 웹툰 플랫폼인 ‘텐센트 동만’으로 진출했다. 우리 작품을 중국과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소개하는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영화 투자도 한다. 엔씨소프트는 영화 배급업체인 메리크리스마스에 100억원, 시각특수효과 업체인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에 220억원을 투자했다. 이런 영화계 투자를 통해 보다 좋은 스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을 발굴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넷마블은 음악과 손을 잡았다. 이 기업은 방탄소년단(BTS)의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했다. 이후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키우는 게임인 ‘BTS월드’를 선보였다. 함께 음반을 만들어서 선보이고, 캐릭터샵인 넷마블프렌즈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애니메이션도 만든다. 넷마블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드는 유투버 ‘짤툰’과 힘을 합했다. 캐주얼보드게임인 ‘모두의 마블’을 활용한 영상들을 시리즈로 공개했다. 짤툰이 1020세대에 인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콜라보레이션 애니메이션으로 유저들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신작 ‘제2의 나라’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함께 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토토로’ ‘원령공주’ 등으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곳이다. ‘제2의 나라’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레벨5가 개발한 판타지 RPG(Role Playing Game, 역할수행게임) ‘니노쿠니’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지브리의 부드럽고 동화적인 그림 스타일을 게임에 반영한 셈이다.
컴투스는 글로벌 스토리 기업과 손을 잡았다. 최근 미국 ‘스카이바운드’사와의 사업제휴다. 이 기업은 만화와 영화 등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을 생산해 유통한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워킹데드(Walking Dead)’를 만들었다. 컴투스는 이 회사와 힘을 모아 게임에 다양한 문화영역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SBS콘텐츠허브와도 함께 한다. 컴투스 계열사인 데이세븐은 이 기업과 함께 크로스오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게임과 드라마를 오가는 스토리게임 세계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스토리게임은 캐릭터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이 펼쳐지는 게 특징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을 포함한 인터랙션(interaction, 상호작용) 소설의 형태다.
게임문학상도 운영하고 있다. 이 상은 원천스토리, 게임시나리오 2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공모전 시상식에서 ‘마녀 환상곡’이라는 스토리가 대상을 받았다. 5명의 수상자들에게는 인턴십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게임 스토리에 대한 현장업무를 배우게 된다. 유저들에게 보다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 창의적인 문학 인재들을 키우자는 전략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다양한 문화장르와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하면 유저들과의 소통 폭을 넓힐 수 있다”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고, 인재를 미리 선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오명 벗기…일타쌍피 전략
이처럼 게임업계가 트랜스미디어에 공들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현재 우리 게임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여전히 중국시장이 막혀 있다.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 정부는 우리 콘텐츠에 대한 판호(유통허가권)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 게임은 계속 우리 시장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 중국 작품들은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 인기순위 상위권에 많이 올라가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일종의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코드도 극복과제다. WHO는 작년 이용장애(Gaming Disorder, 보통 게임중독을 일컫는 말)를 질병코드 ‘6C51’로 지정했다. WHO 가입국들은 이를 도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할지에 대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웹툰 등 건전한 문화 장르들을 게임에 수용함으로써 게임을 중독으로 여기는 일부 시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트랜스미디어에 공 들이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 트렌드가 ‘팬덤(fandom, 특정인물이나 작품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화 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웹소설, 웹툰, 음악, 영화 등 문화 장르별로 이를 좋아하고,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팬 문화가 트랜스미디어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팬덤 현상에 부응하면 유저들의 관심을 좀더 끌 수 있다는 얘기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