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나기 전 장기를 기증을 통해 미국인 6명에게 새 생명을 나눈 고(故) 김유나(당시 19세) 양이 붉은 꽃이 활짝 핀 동백꽃이 돼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라파의 집’에서 생명을 나눈 김 양의 4주기를 맞아 식수 행사를 진행했다.
김 양은 2016년 1월 제주를 떠나 미국에서 유학 중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녀의 부모는 딸과의 마지막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위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김 양의 심장은 33세 소아청소년과 의사, 폐는 68세 남성, 오른쪽 신장은 12살 소년, 왼쪽 신장과 췌장은 19세 소녀, 간은 2세 영아, 각막은 77세 남성에게 이식됐다.
이날 식수 행사에는 김 양의 부모 김제박·이선경 씨,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24) 씨와 어머니 로레나 씨가 참석했다. 국내에서 장기기증인 가족과 이식인 간의 만남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킴벌리는 2세 때부터 소아 당뇨로 투병해왔다. 18세 무렵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 투석기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오다 19세 때 김 양의 장기를 이식받았다. 장기이식 후 건강을 되찾은 킴벌리는 지난해 11월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그는 “유나는 나에게 신장과 췌장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줬다”며 “그녀는 항상 내 안에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날 킴벌리는 ‘유나는 나의 영웅이다’라는 문구를 카드에 적어 동백나무에 걸었다.
김 양의 부모는 “딸의 장기를 이식받은 킴벌리 씨가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며 “이렇게 한국까지 우리를 만나러 와줘 고맙고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국내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 제31조에 따라 장기기증인과 이식인이 서로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금전 등이 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