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엽수림에서 피톤치드의 청량감을 느끼거나 자욱한 미세먼지의 답답함을 느끼듯, 문득 우리를 둘러싼 문화예술의 존재를 느낄 때가 있다.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조류를 이루며 우리를 둘러싸고 흐르고 있다. 문화예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 홍익대학교 연구진들은 이런 문화예술의 트렌드를 크게 ‘사회적 관점, 개인적 취향, 소비생활’이라는 세 부류로 나누어 분석해본다.
첫 번째는 광범위한 사회적 관점에서 보는 트렌드다. 문화도용(cultural appropriation)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우리는 ‘아시안 원조’라는 이름으로 근본 없는 음식이 미국 식당에서 판매되는 것에 익숙하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그리고 이 현상에 문제는 없는지, SNS에 중독된 사람들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현상의 시사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를 의미하는 밈(meme)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등에 대해 살핀다.
두 번째의 트렌드는 개인적 취향에 대한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가장 첫 분야인 큐레이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유럽의 고급 사교문화를 계승하는 살롱이 어떻게 우리의 취미생활을 바뀌게 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세 번째의 트렌드로서 문화예술이 잠재된 우리의 소비생활에 대해 둘러본다. 마치 예술작품을 구매하는 기분으로 구입하는 제품, 최고급 작가의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대량생산, 어벤저스 등 영화 속 세계관에 우리를 가두어 버리는 시리즈와 리메이크는 문화예술이 우리의 소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형덕, 김민정, 박지현, 나혜영, 신창엽, 김종헌, 김우리, 박주연 지음 / 1만 4000원 / 북코리아 펴냄 / 1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