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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돌고돌아 제자리…새해 남북경협주의 운명

한반도 앞날과 ‘한배’…관전포인트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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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0.01.01 08:31:43

남북경협주는 새해에도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건설 등 대표적인 경협주들은 지난해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북미 사이의 대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미(北美) 간 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새해가 밝으면서, 남북경제협력 또한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더뎌지는 가운데 올해 남북경협주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CNB=손정호 기자)

北美협상 좌초로 남북경협주 추락
돌고 돌아 해빙기 이전으로 복귀
美대선 등 변수 많아 앞날 안개속


남북경협주는 올해에도 살얼음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로 꼽히는‘범(凡) 현대가(家)’기업들의 주가는 남북한 간의 해빙무드가 조성되던 2018년 초 이전 상태로 회귀한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작년 마지막 거래일(12월 30일)에 6만8300원으로, 현대제철은 3만1450원, 현대로템은 1만5600원, 현대건설은 4만2300원으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베트남 북미정상회담(2월 27~28일)이 결렬되기 직전인 2월 26일과 비교하면 현대로템(-46.5%), 현대엘리베이터(-41.1%), 현대제철(-38.6%), 현대건설(-32.1%) 모두 큰 폭 하락한 셈이다.

이 기업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수십년 세월을 한반도의 운명과 궤를 같이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텄다. 이후 현대아산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담당했다. 현대아산은 현대가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HDC현대산업개발 등으로 분리되는 중에도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에 집중해왔다.

현재 현대아산은 현대그룹의 계열사다. 현대그룹의 계열사 중에 상장사가 현대엘리베이터 한 곳이라서 대신 주목을 받아왔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북한 경수로와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을 건설한 경험이 있다. 현대로템은 철도 전문기업으로, 현대제철은 철로의 재료인 철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조명됐다.

‘범(凡) 현대가(家)’기업을 포함한 전체 남북경협주들로 범위를 넓혀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증권의 분석에 의하면 남북경협 테마주는 2018년 12월 28일과 작년 12월 19일을 비교한 결과, 17.97% 떨어졌다. 경농, 남해화학, 도화엔지니어링, 쌍용양회, 아난티, 유진기업, 태영건설,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 등 10개 종목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테마주는 삼성증권의 신산업 테마주(1인가구, 2차전지, 5G, 고령화, 대체에너지, 인공지능, 자율주행, 핀테크)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9개의 테마주 중에서 올해 수확이 가장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남북경협주는 북미 대화 중단,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 요소가 많아 당분간 다운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업들이 남북 협력사업 수익을 얻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제약요소다. 작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반도의 봄’은 멀었나

이처럼 남북경협주가 다시 추락한 이유는 뭘까.

우선 북미 대화가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은 작년 2월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지금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을 했지만, 한반도 평화 로드맵에는 아직 진척이 없는 상태다.

북한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원회를 통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강산 내 남한 시설물의 철거도 요구하고 나섰다. 남한, 미국과의 핵협상을 포기하고 자력갱생의 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게다가 유엔(UN)의 대북제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중 하나인 해외 북한 노동자의 송환이 이뤄졌다. 중국, 러시아, 중동 등에 있던 북한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것. 이를 위해 북한은 러시아 항공편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미국 내 정치상황을 꼽을 수 있다. 지난달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것으로,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스스로 변하거나 붕괴하도록 기다린다는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남북경협 기업들이 실제로 수익을 얻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해도, 우리 기업들이 협력사업을 수주해 매출을 늘리는 시점은 더 늦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남북경협의 수혜종목이 기간에 따라 나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중기, 장기에 따라 대상 기업이 다른데, 남북경협이 재개되더라도 산업 전 분야에 효과를 주려면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은 CNB에 “북미 사이에 대화가 단절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경협주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올해 말에 미국 대선이 있는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다. 갈등구조도 깊어서 쉽게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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