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간 무역분쟁과 일본발(發) 수출규제,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다 실업률 증가, 건설·서비스업 침체, 북미 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두 번째는 비교적 선방한 증권업계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상반기 핫실적①] ‘대한항공’, 매각난항 ‘아시아나’…안개속 항공업계
글로벌 악재로 주가폭락…수수료 급감
부동산·투자은행 사업에서 분위기 반전
주식 믿다간 쪽박…새먹거리 찾기 혈안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는 상반기에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에 상위 10대 증권사(한국투자·메리츠종금·NH투자·삼성·KB·키움·대신증권·미래에셋대우·하나·신한금융투자)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총 2조365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14.8% 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4080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4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186억원으로 37.1% 성장했다. 증시 불황으로 2분기에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었지만,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 부문이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일궈냈다. 운용 프로세스 고도화와 리스크 관리 강화 등에 노력을 기울인 점이 유효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당기순이익이 2872억원으로 35.2% 늘었다. 영업이익은 3328억원으로 27% 성장했다. IB와 홀세일, 리테일 등 대부분의 사업부가 고른 성장을 시현했다. 해외 부동산과 에너지, 인프라 등 대체투자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를 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 3896억원, 당기순이익 2792억원으로 각각 14.1%, 13.9% 성장했다. IB와 트레이딩, 자산관리(WM) 등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IB 부문은 155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덩치가 커졌다. 트레이딩 부문은 1740억원으로 20% 정도 성장했다.
KB증권은 영업이익 2181억원, 당기순이익 1804억원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1.3%, 13.5%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었지만, 효율적인 시장 대응과 프로세스 개선에 주력했다. 이런 노력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수익이 확대되고, 금리 하락에 따른 선제적인 매수포지션이 확대돼 채권운용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영업이익 1914억원, 당기순이익 1526억원으로 각각 38.5%, 43.5% 성장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작년 말 증권사들 중 8번째로 자기자본 기준 3조원대를 돌파했다. 초대형 IB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증가하는 등 이자이익, 매매평가이익의 성장세 속에 순항하고 있다.
SK증권은 순이익 238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으로 각각 121%, 53% 커졌다. 브로커리지 부문이 1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IB 영역이 전체 순이익을 견인했다. IB는 작년 4분기 적자에서 242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이중 프라이빗에쿼티(PE) 사업부가 가장 큰 효자 노릇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희비가 교차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4039억원으로 5.5%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이 3876억원으로 8.3%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반기 기준 사상 최고를 보였다. 미래에셋대우는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 등 구조조정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B부문과 해외법인의 이익 기여도가 양호해 향후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증권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836억원, 21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9.1%, 8.3%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증시 침체 상황에서도 리테일 고객의 예탁자산이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5%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08억원, 307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각각 21.7%, 8.2% 줄었다. 그럼에도 IB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운용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증시 악재 산적…미래형 프로젝트 찾아야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본업인 ‘주식거래 중개’로는 답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대내외적인 악재들이 코스피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히 지속 중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무역규모의 25% 수준으로, 철강과 반도체 등 원자재를 많이 수출한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진행해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의 주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일본과의 통상갈등도 문제다. 일본은 외교·안보(북한, 과거사 문제)의 이유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는 첨단 업종들의 주가가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점도 우려 요소다. 대북 사업의 우선권을 쥐고 있는 현대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 현대건설과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 남북경협 테마주들이 힘을 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스피는 올해 들어(1월 2일) 2010으로 시작해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달 들어 1950선까지 하락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CNB에 “증권가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만큼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IB와 다양한 사업파트에서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대외 불안전성이 높아 코스피 하락에 따른 거래대금 이익에 제한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