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수족관, 대형 피규어가 있는 곳의 공통점은 뭘까? 최근 유행하는 컨테이너형 복합문화공간이나 쇼핑몰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답은 아니다. 요즘 기업들의 사옥 로비에 가면 미술 전시부터 다양한 어종이 헤엄치는 진풍경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이에 CNB는 다채로운 콘텐츠로 무장한 채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빌딩 속 명소들을 소개한다. (CNB=선명규 기자)
갤러리로 바뀐 GS건설 1층
백남준 품은 KEB하나은행
동원은 ‘참치캔 피규어’ 창조
“점심 먹고 종종 와요. 밖은 덥잖아요. 미세먼지도 심하고”
지난 11일 오후 12시30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GS건설 본사 1층. 근처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박현진씨가 벽면에 나란히 붙은 작품을 따라 걸으며 말했다. 자신을 ‘그림에 그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박씨는 “잘은 몰라도 자주 와서 보다보니 가끔 시선을 붙드는 그림들이 있다”며 “무더위가 시작돼서 산책하기 힘든데 시원한 곳에서 예술품들을 감상하니 호사를 누리는 것 같다”고 했다.
‘미술 문외한’도 거듭 찾는 이곳은 GS건설이 지난해 문 연 갤러리 ‘시선’. 회사가 밀집된 종각역 부근에 있어 ‘감상 삼매경’에 빠진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접근성만이 발걸음을 끄는 요인은 아니다. 로비의 일부 공간을 할애해 꾸몄는데도 공소하지 않다. 약 60평 규모로 중대형 갤러리 수준은 되고, 여기에 가변형 프레임을 설치해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개성에 따라 내걸 수 있게 했다.
참신한 작품들이 주로 전시돼 보는 맛을 더한다. 젊은 작가들이 겪는 전시장 부족 문제 해결이 갤러리 운영 취지이기 때문에 재기발랄한 회화, 설치작품 등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GS건설 측은 ‘시선’ 개관 당시 “전시공간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갤러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바쁜 도심 속에서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톡톡 튀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시선’으로 향하면 된다.
건물 안으로 스며든 예술 거장
명동 대신증권 앞 ‘LOVE’ 조각상, 광화문 흥국생명 앞 ‘해머링 맨’ 조각상의 공통점은 해당 기업은 물론 주변 거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란 것이다. 마당에 우뚝 서있기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달리는 도로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앞으로 기업의 랜드마크를 찾으려면 건물 안으로 눈을 돌려야할지도 모르겠다. 거장의 숨결이 담긴 예술 작품이 로비로 스며들고 있다.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사에 들어서면 브라운관TV 23대가 이 은행 로고인 ‘ㅎ’자 형태로 쌓여있다. 현금 인출기가 밑동을 받치고, 저마다의 화면에선 ‘돈’과 관련된 영상이 제각각 흘러나온다.
눈치 빠른 이라면 TV 오브제에서 단박에 알아챘을 것. 이 작품은 고 백남준 작가가 지난 2001년 하나은행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하나 로보트'다. 백 작가가 기업 이미지로 제작한 최초의 작품이란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역사적 인물, 가족 등을 다뤄온 그의 이전 작품과 비교해서 보는 게 감상 포인트다.
묵직한 예술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지함은 깎아내고 유쾌함을 입힌 조형물이 ‘인증샷’을 유발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동원F&B 본사 1층에선 성인 키만한 ‘미니언즈’가 방문객을 맞는다. 크기만 한 인형이라면 평범했을 터.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란색과 파란색 참치캔이 모자이크처럼 서로 맞물려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현하고 있다. 동원그룹에 따르면 이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참치캔 3600개가 들었다고. ‘참치캔 더미’로 창조한 미니언즈가 로비 한 가운데서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 빌딩 속 아쿠아리움
‘상어가 맹렬히 헤엄치고 가오리가 웃는 표정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적잖은 입장료가 따르는 전문 아쿠아리움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로비 중심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 사이를 꿰뚫고 일떠선 수족관이 있다. 이곳에선 무리지어 한 방향으로 도는 열대어 등 다양한 어종의 수중생활이 공개되고 있다. 매주 월·수·금요일엔 잠수부가 먹이를 공급하는 장면을 볼 수 있어 때맞춰 찾는 이들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CNB에 “테헤란로 빌딩숲속에 있는 사옥 로비에서 수족관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