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정용진 부회장표’란 수식어를 단 매장을 새로 내놨다. 만물상(삐에로쑈핑)에 이어 이번엔 화장품이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지난 2월 서울 홍대 앞에 문 연 ‘스톤브릭’이 요즘,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이 피사체로 점찍으면서 SNS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고, 매장 방문객도 급증해 매출 또한 당초 예상치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인기 비결이 뭘까? (CNB=선명규 기자)
벽면 채운 ‘색채의 마법’
SNS서는 ‘포토월’로 인기
변주하는 화장으로 입소문
‘빨강, 주황, 파랑…. 그다음부터는 아주 진해지거나 조금 연해지거나’
색채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름을 떠올리다 말끝을 흐리기 십상이다. 지난 26일 찾은 스톤브릭 매장 안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한 건 ‘컬러의 벽’이었다. 셀 엄두조차 나지 않는 온갖 종류의 색들이 팔레트처럼 펼쳐졌다. 빛깔이 농도에 따라 퇴적층처럼 세로로, 미술의 그라데이션(gradation) 기법처럼 가로로 뻗어나가 벽면이 물결치는 듯했다. 네모반듯한 포장지에 쌓인 립스틱, 파운데이션 등이 무수히 꽂혀 낳은 장관은 마치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의 그림처럼 휘황했다.
오색찬란한 이 벽이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스톤브릭’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1000개 이상 나오는데, 대부분이 이 점점이 박힌 화장품을 포토월로 삼아 촬영한 것들이다. 점묘법으로 완성한 듯한 벽면을 등지고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남기는 이들이 많다.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개장 당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스톤브릭의 컬러풀한 이미지를 올렸다. 이처럼 ‘랜선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것이 첫 번째 인기 요인이다.
‘K-뷰티’ 열풍에 외국인 발길도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국식 화장법 열풍, 이른바 ‘K-뷰티’의 영향도 컸다. 매장 방문객 넷 중 한명이 외국인인데 그중 70%가 일본인이다. 일본은 최근 오리콘차트를 점령한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등을 중심으로 3차 한류 열풍이 한창이다. 한국 아이돌의 화장법을 따라 하는 이들도 덩달아 늘고 있는 추세다.
뻔한 방식에서 벗어나 변주가 가능한 것도 특색으로 꼽힌다. 이 매장의 지향점은 ‘컬러 플레이’. 즉 색상을 더하고 빼는 등으로 마음껏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가령 두 가지 립스틱 색을 조합해 전에 없던 ‘나만의 입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나만 바르기엔 부담스러운 형광노랑과 민트색이 판매율 상위를 다투는 것도 이들이 평범한 색상과 만났을 때 독특한 빛깔을 내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은형 씨는 “두 개만 있어도 바르는 양에 따라 새로운 느낌을 창조할 수 있어 효율적이면서도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하나씩 맞춰진 이마트의 ‘뷰티 퍼즐’
독특한 매장 분위기, 나만의 컬러 창조 등으로 입소문을 탄 스톤브릭은 개점 초기, 소비자들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측이 예상한 첫 달 매출의 2.7배를 기록했고, 주말에는 1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김계숙 스톤브릭 팀장은 성공적인 시장 안착 비결로 “컬러·스마트·펀의 세 요소로 차별화를 이룬 것”을 먼저 꼽았다.
새로 선보인 브랜드의 초반 흥행으로 이마트의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도 강화됐다. 이전까지는 PL(Private Lavel·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브랜드인 ‘센텐스’, H&B 스토어인 ‘부츠’를 운영하고 있었다. ‘센텐스’는 기초 화장품이 주력이고, ‘부츠’는 다양한 브랜드를 다루는 편집숍의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색조가 주축인 스톤브릭이 가세하면서 구색이 갖춰졌다.
김 팀장은 “신규 NB(National Brand) 색조브랜드로서 향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판로를 지속 확대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