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중심의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출판계와 SNS에서는 그림 열풍이 뜨겁다. 그림이 인간의 심리와 인식에 작용하는 원리를 많은 문헌과 경험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탐구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이 책은 어린이 그림책 작가인 몰리 뱅이 펴낸 미술 대중서다. 1991년 초판이 발행됐으며 2016년 2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이번에 처음 출간된 한국어판은 25주년 개정증보판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예술심리학의 태두인 루돌프 아른하임의 초판 추천사도 실었다.
그림 하나에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림의 각 요소가 그림 전체를 구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는 힘들다. 사선은 왜 긴장감을 일으킬까? 곡선은 왜 편안한 느낌을 줄까? 빨간색은 왜 따뜻하게 느껴지고 파란색은 왜 차갑게 느껴질까?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몰리 뱅은 자신의 그림 작업에서 이 근본적인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고, 미술 교과서가 아니라 자신의 직간접 경험과 통찰 그리고 창조적 직관에서 해답을 찾아냈다.
이미지의 시각적 구성이 심리에 작용하는 방식과, 그림의 각 요소가 스토리텔링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관한 몰리 뱅의 생각은 단순함과 독창성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난 한 세대 동안 화가, 비평가, 감상자가 시각예술을 창조하고 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새롭게 변화시켜 왔다. 책의 전반부는 유명한 동화 ‘빨간 모자’를 간단한 도형과 색으로 한 장면씩 묘사하며 그림이 시각과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후반부는 그림에 심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구조적 원리를 설명하고 독자를 대상으로 그림 그리기 수업을 진행한다.
몰리 뱅 지음, 이미선 옮김 / 2만원/ 공존 펴냄 / 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