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기업들이 다양한 나눔활동에 나서 눈길을 끈다. 올해는 특히 장애인들이 생활에서 겪는 각종 불편 해소를 위해 기술력을 동원하는 기업이 많아 주목된다. ICT(정보통신기술)로 자립과 자활을 돕는 KT, 보는 데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의 장점을 집결한 LG유플러스가 대표적. 예년처럼 현금 기부와 물품 지원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CNB=선명규 기자)
이통사, AI·IoT 기술로 도움줘
‘물품·재능’ 등 기부 성격 다양
‘음성도서’ 녹음해 전달하기도
앱을 실행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신문기사를 찍자 정돈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남부 지방에 비가….” 인터뷰에 등장한 연예인을 피사체로 선정하자 “수트와 넥타이를 착용한 32살 남자가 미소 짓고 있다” 같은 묘사가 음성으로 나왔다. 창밖으로 포커스를 이동하니 곧장 빛의 밝기 정도를 감지하곤 ‘매우 밝음’이란 안내 멘트가 나왔다. 이내 푸른 나무를 포착하고선 ‘초록색’이라고 설명해줬다. 무심코 책상을 찍자 “나무 테이블 위에 있는 노트북”이라고 들려줬다. 문자 인식, 얼굴 인식, 이미지 묘사가 주요 기능인 시각보조앱 ‘설리번+’을 통해 들은 것들은 본 것 못지않았다.
LG유플러스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15일 내놓은 이 앱의 슬로건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눈’. 문자 그대로 스마트폰 렌즈를 통해 세상사를 읽고, 상대의 표정을 파악하며, 주변 사물을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안경’이다. 혼자서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분업으로 기능을 극대화 했다. LG유플러스가 시각장애인 대상 고객 조사, 마케팅, 기술자문, 모바일 접근성 개선 등을 지원하고, 사회적약자를 위해 앱 솔루션을 만들고 운용하는 투아트가 개발을 맡았다. ‘설리번’이란 이름은 시청각장애가 있는 헬렌 켈러의 참스승인 앤 설리번에서 가져온 것이다.
LG유플러스는 통신사에 관계없이 ‘설리번+’을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며, 자사 고객에게는 연말까지 이 앱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도록 데이터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최원혁 LG유플러스 AIoT상품2담당은 “AI는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보화 취약 계층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KT, 첨단기술로 장애인 도와
발전된 기술이 장애인을 위해 쓰이는 사례가 또 있다. ICT다. KT는 (주)히즈빈스, 브솔시냇가, 한동대학교와 함께 바리스타 직무훈련용 VR·2D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장애인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교육에 반영했다.
수업은 지난 16일 포항시 북구에 개소한 직무교육장에서 진행된다. 이론, 2D 콘텐츠, VR 콘텐츠 수업을 거쳐 최종 단계서 커피머신을 활용해 실제 훈련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가장 눈이 가는 것은 3단계. VR기기를 쓰면 3D로 구현한 가상 카페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커피머신을 조작하고 음료를 제조하는 등 실전 같은 연습을 할 수 있다.
취업, 창업 등 해당 업계서 일하고자 하는 장애인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미 종사 중이라면 다양한 메뉴 훈련을 통해 직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수강료는 없다.
‘형식 파괴’ 기부 행렬 이어져
현금, 물품, 재능 등 여러 형태의 기부도 활발하다. 특히 장애 학생, 그의 가족 등 대상을 세분화한 가운데 필요한 것을 전하는 ‘선별적 기부’가 도드라진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새내기 장애대학생 133명에게 디지털학습기구를 선물했다. 품목은 노트북, 태블릿PC, PC센스리더(화면낭독프로그램)로,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나마 주겠다”는 취지에서 꾸렸다.
효성은 장애아동의 비장애형제들을 주목하고 있다. 가족과 사회적 관심이 장애아동에 쏠린 사이 또래 형제들은 소외 받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푸르메재단에 ‘장애어린이 의료재활·가족 지원사업’을 위한 지원금 1억5000만원을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 향후 효성은 비장애형제 대상 심리치료 및 교육지원, 나들이 같은 대외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등 후원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회사의 기술력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LG전자는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 말까지 관련 기관 70곳에 시청각장애인용 TV를 전달한다고 밝혔는데, 탑재한 기능이 우수하다. 모든 메뉴 사용 방법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고, 화면 일부를 최대 3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 TV에서 나오는 말은 자막으로 볼 수 있는데, 방송화면과 자막을 상하로 분리해 영상과 겹치지 않은 상태서 읽을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직원들의 역량을 모았다. 목소리다. 지난 17일 시각장애 아동을 위해 국립 서울맹학교에 전달한 '오디오북'에는 이 회사 쇼호스트와 방송 전문가 20여명이 녹음한 '음성도서'가 담겼다. 말이 업인 사람들이 전문성을 살려 ‘읽어주는 책’을 만들어 전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장애인의 날’이 39년째 이어오면서 그동안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과 지원 방식도 많이 변했다”며 “최근엔 기업 또는 임직원들이 보유한 기술력과 재능을 모아 기부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