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 '뉴스룸'에 또 한 번 초대됐다.
영화 '생일'의 주연배우 전도연은 15일 JTBC '뉴스룸'의 '문화초대석'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전도연은 지난 2013년에도 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 관련해 이 자리에 초대됐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자식을 떠나보낸 가족들이 아이들의 생일에 모여 함께 기억을 나누는 이야기로, 전도연은 수호라는 아들을 잃은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뉴스룸'은 방송 다음날인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영화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삶을 연기했던 배우를 초대한 것.
손석희 앵커는 이날 방송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배우가 전도연이어서 안심했다"면서 "그래서 당분간은 수호의 엄마로 영화 속에 남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모시는 게 맞는지 고민도 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손 앵커는 이어 "다른 인터뷰도 그렇고 이 자리에 나오는 것을 꺼렸다고 들었다. 나와 같은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전도연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웠다"면서 "'생일'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쉬운 이야기가 아니어서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선별해서 인터뷰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전도연은 "너무 큰 슬픔을 대변할 자신이 없었다"고 인터뷰에 신중했던 이유를 들었다.
이어 "'밀양'이라는 작품으로 아이 잃은 엄마 역을 한 번 했기 때문에 고사했었다. 표면적으로는 거절했다고 했지만, 대본을 읽고 나서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놓지 못했다. 두 번을 고사한 뒤에 마음을 바꿔 결정했다"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전했다.
전도연은 "지금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 작품을 하게 돼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세월호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에 영화를 보고 싶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기도 한 관객들에 대해 전도연은 "세월호 기억이 상처가 너무 크고 아프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분들이 있지 않나 싶다. 나부터도 그랬다"며 "이 '생일'이라는 작품이 그 예전의 상처를 들춰내서 다시 아프자고 만드는 이야기였으면 사실 저도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생일'이라는 작품은 그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저는 선택을 했고 그리고 저희 '생일'이 말하는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서 좀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진심어린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픔 때문에 그 날을 외면하고, 상처를 들춰낼까 한 두려움에 망설였던 것은 영화 속 순남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전도연은 "처음부터 순남의 감정이 동의가 다 된 것은 아니지만 촬영을 하면서 순남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됐던 것 같다"며 "순남 입장에서는 아들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러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이 쓴 글이 감정적으로든 그날의 기억이든 무언가를 강요하는 거였으면 아마 저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감독이 그냥 되게 담담히,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만들어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유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 오해, 편견 그리고 피로도. 이런 모든 것들이 담담하게 영화 속에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이웃을 통해서 보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곡하는 순남을 이웃 여자가 안아주는 장면에 대해 전도연은 "감독은 누군가가 그래 주기를 바라는, 누가 손잡아주고 안아주기 바라는 모습을 그리고 싶으셨던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전도연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가 그들을 만난 것은 촬영이 끝난 후였다. 전도연은 그 이유에 대해 "두려웠던 것 같다. 그분들을 직접 만나는 게"라며 "시나리오를 읽고서도 느껴진 감정이 너무 컸기 때문에, 아픔, 슬픔이 너무 컸기 때문에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감독이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대로 저도 순남을 되게 담담하게 연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뭔가 감정적으로 너무 많이 빠질까 봐 사실 조금, 한 발자국 물러서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잘 때마다 끙끙 앓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 손석희 앵커는 전도연에게 차기작이나 배우로서의 계획 등을 묻지 않았다. 손 앵커는 "그냥 고스란히, 고스란히 '수호 엄마'로 돌려보내드리겠다"라고 여운을 남기고자 했고, 전도연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대답하면서 인터뷰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