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고객들의 ‘착한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 특정물품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GS리테일은 독립유공자 지원을 위해 협력사와 뜻을 모았고, 이마트는 나무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업들의 다양한 나눔 이벤트를 들여다봤다. (CNB=김수식 기자)
구매시 기부금 적립 ‘착한 소비’
비싸고 부실하면 기부취지 퇴색
기업들 “가격·품질에 자신 있다”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봉사활동이나 재능기부를 넘어 고객들과 함께 하는 나눔 이벤트를 확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협력사와 더불어 독립유공자 지원에 나섰다.
GS25, GS수퍼마켓, GS프레시, 랄라블라 등 GS리테일 계열사들은 빙그레, LG생활건강, 한국야쿠르트 등 21개 협력 업체가 지정한 68개의 상품을 고객이 구입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4월부터 오는 8월까지 기금을 모아 국가보훈처에 전달,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는데 쓸 계획이다.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노력도 눈길을 끈다.
GS25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4월 11일임을 알리기 위한 스티커를 제작해 모든 도시락 상품에 부착했다. 또 GS수퍼마켓, GS프레시와 독립운동 역사의 주요 연혁과 잘 알려지지 않은 전국의 현충 시설 등이 안내된 브로마이드를 무료로 배포한다.
이마트는 지난 3일부터 자원 순환 캠페인 ‘나무 심는 화장지’(노브랜드 롤 화장지)를 선보였다.
매년 4월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 발생한 나무 심는 화장지 매출액을 합산해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국·중국·몽골을 중심으로 사막화 방지 활동을 하는 NGO(비정부기구)인 ‘미래숲’에 기부한다. 고객들은 해당 화장지를 구매할 때마다 나무 심기에 간접적으로 동참하게 되는 셈이다.
이랜드리테일의 슈즈 SPA 슈펜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와 손잡고 학대 피해 아동을 돕는 캠페인에 나선다.
캠페인 슬로건은 ‘Draw a dream’이다. 두 브랜드가 합작해 만든 상품의 수익 일부를 통해 피해 아동들의 꿈을 함께 그려간다는 의미로 아이들이 직접 그린 이미지가 삽입된 상품들을 출시한다.
해당 상품은 판매될 때마다 슈펜과 마리몬드의 기부금만큼 이랜드재단이 추가로 기부금을 적립해 피해아동들을 돕는 굿네이버스에 전달할 예정이다.
슈펜과 마리몬드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오는 19일부터 슈펜 홍대점을 비롯한 20개 매장과 슈펜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 발매된다.
아모레퍼시픽은 UN총회 주간 큐레이션 매거진 ‘뷰티 인사이드’를 출간했다. UN과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책에 담았다. 이 매거진 판매수익금은 비영리 환경보전기관인 세계자연기금(WWF)에 기부돼 해양 생태계 보호에 쓰일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의 브랜드 비욘드는 지난해부터 피부와 공기를 지켜주는 ‘숲’에 집중해 왔다. 도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숲을 가꾸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서울숲 보전 기금’에 기부하고 있다.
인재양성에 힘쓰는 기업도 있다. 스타벅스의 커뮤니티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이 스토어는 지난 2014년 10월 대학로에 문을 연 뒤부터, 판매되는 모든 품목당 300원의 기금을 적립해 NGO 파트너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해 말까지 마련된 7억원을 청년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처음으로 청년인재 졸업생 2명을 배출했다.
소비자 “혹시 더 비싸게?” vs 기업 “이윤 없이 나눔 실천”
이 같은 업계 움직임에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대학생 최진희(가명·24) 씨는 “기부를 해야지, 하는 생각은 하는데 실천하기까지 쉽지 않다”며 “그런데 이렇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거로도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좋은 것 같다. 어차피 살 거면 좋은 일에 동참하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따질건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강기형(가명·39) 씨는 “단순히 좋은 일을 한다고 물건을 살 수는 없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나쁘면 망설여진다”며 “기부를 하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비싸고 품질까지 떨어지면 좋았던 기분이 사라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기업들의 나눔 활동을 전혀 모르는 소비자도 있었다.
주부 김인선(가명·34) 씨는 “기업에서 이런 기부 활동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보통 마트에 가면 가격을 가장 먼저 보고 품질을 따진다”며 “알았다면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이상 살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CNB에 “그동안 회사에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기조가 있어 이런 활동을 알리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다보니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 같아 조금씩 알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눔 기부) 활동은 브랜드 자체에서 자발적으로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지 수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격 부분에 있어 다른 제품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낮게 책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도 “관련 상품들을 보면 새롭게 출시한 게 아니라 기존 물품들이며, 캠페인을 한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며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자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