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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낙마’ 파동…주주총회 현장 가보니

예상된 결과…큰 충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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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식기자 |  2019.03.28 14:05:37

조양호 회장이 주총에서 연임안 부결로 대표이사직을 잃으면서, 재계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사진은 정기주총이 열린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김수식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대한항공) 회장이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안 부결로 대표이사직을 잃으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자율지침)를 강화한 뒤 열린 첫 추종시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표로 조 회장의 연임이 좌절됐다는 점에서 재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CNB가 주총 현장을 다녀왔다. (CNB=김수식 기자)

찬반 양측 고성 오간 주주총회장
일부 소액주주 투표 못하고 끝나
자주사 통한 우회경영 계속될 듯


한진가(家)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 수년간 ‘땅콩 회항’, ‘물컵 갑질’, ‘갑질 폭행’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속되는 등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은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이런 분위기는 주총장 곳곳에서 느껴졌다.

이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린 대한항공 주총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취재 열기도 대단했다. 주총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주총 현장을 비추는 모니터 화면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대한항공 주총을 취재하는 기자들 모습. (사진=김수식 기자)

기다리던 주총은 10분 늦어진 9시 10분에 시작됐다.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나와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관전 포인트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었다.

결과는 찬성 64.1%, 반대 35.9%. 부결됐다. 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로 총수가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경우는 재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선 참석 주주 대비 찬성 66.67% 이상이 필요하다.

현장에선 이미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이 많았다. 표결이 나오기 전부터 “(회장 자리를) 지키기는 힘들지”라는 말이 오갔다.

실제로 주총이 열리기 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이 조양호 회장 연임에 반대 권고를 했다. 플로리다연금(SBA of Florida)과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해외 공적 연기금 3곳은 공시까지 미리 했다.

대한항공 지분 11.56%로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반대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지난 26일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총 전부터 시작된 견제는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주주들 사이에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박창진 사무장 “또 다른 꼼수 아니길”

현장에서 일부 주주들은 조 회장의 연임 안건이 올라오기 전부터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양사로부터 5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문제, 기내면세품 납품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중간수수료를 챙기고 회사에 196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힌 사건 등을 지적했다.

 

주총장에선 일부 주주들의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다. (사진=김수식 기자)

이에 또 다른 주주들은 “안건에 맞는 말만해라”, “아직 (조 회장의) 재판은 진행 중이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 “퇴장시켜라”라고 언성을 높였다. 또 일부 주주 이날 주주위임을 받아 참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이면 국회에서나 일할 것이지 왜왔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정작 현장에서 투표하지 못한 주주들의 불만도 나왔다. 구영순 대한항공 소액주주는 “60이 넘도록 주주총회를 처음 왔다. 그런데 공산당도 아니고. 투표도 안했는데 미리 다 했다 하고, 통계도 나왔다 한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묵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주총이 마무리 되고,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지부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박 지부장은 2014년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다.

그는 “(주총 결과를) 환영한다. 그러나 이것이 또 다른 꼼수를 위한 물러남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총이 끝나가 박창진 지부장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수식 기자)

한편, 주총 직후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것은 맞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을 29.96% 가진 한진그룹 지주회사이며,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은 한진칼 지분 28.93%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진칼을 통한 조 회장 일가의 대한항공에 대한 우회 경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CNB=김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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