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5G폰(갤럭시 s10 5g)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의 ‘기술 마케팅’ 대전이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선수는 LG유플러스가 쳤다. 이달 초부터 열흘간 코엑스에서 ‘U+5G체험존’을 운영하며 3만여 명을 동원, 흥행에 성공했다. KT는 크기로 응수했다. 광화문 광장에 초대형 전시장을 열고 내부를 자사 5G 서비스 테마공간으로 채웠다. 지난 26일, 세종대왕동상 뒤로 우람하게 자리한 ‘KT 5G 체험관’을 찾았다. (CNB=선명규 기자)
가상·증강현실로 꾸민 전시장
로봇이 2분 만에 초상화 그려
홀로그램 ‘2PM’, 무대서 열창
높이 11m, 넓이 약 1300m2. 광화문 북측광장에 마련된 대형 텐트는 흡사 작은 ‘돔(dome) 구장’을 연상시켰다. 체험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천장이 높은 탓에 웅성거리는 소리, 각종 전자음이 서라운드처럼 귓전을 타고 흐르며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들었다. 마치 만원 관중을 이룬 실내 경기장에 입장한 느낌이다. 그곳에서 주어진 미션을 하나씩 깬다는 생각으로 각 테마관을 돌았다.
가장 긴 줄을 선 부스부터 찾았다. 로봇이 초상화를 그려주는 곳이다. 바닥에 표시된 지점에 서서 사진촬영부터 했다. 로봇이 화백(畫伯)마냥 종이를 한 장 뽑아 펼치더니 펜통에서 펜도 하나 빼들었다. 준비가 끝난 모양이다.
이내 포착한 이미지대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안하다. 내키는 대로 펜을 놀린다. 삐뚤빼뚤 자기 멋 대로다. 중간 중간 안내음이 나온다. “거의 다 그렸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빨리’가 아니라 ‘제대로’란 생각이 드는 순간, 다 그렸다며 공손하게 두 손으로 완성된 작품을 내밀었다. 2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크로키처럼 윤곽선은 거칠고 형태는 투박하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닮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눈 두 개, 코 하나만 비슷하다. 에곤 쉴레의 표현주의 작품 같다. “이렇게 생겼을 리가 없잖아”라며 비웃으며 돌아서던 찰나 문뜩 거울에 삐뚤빼뚤 생긴 모델이 나타났다. 그림이 인화된 것처럼 거울 위로 솟아올랐다. 화백은 틀리지 않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로봇 솜씨가 꽤 괜찮구나!” 생각했다. 감탄은 했지만 고맙진 않았다.
충격을 이기기 위해 몸을 쓰는 곳으로 갔다. ‘KT 5G VR 스포츠’다. 벽에 뜬 산수문제의 정답을 공으로 맞히면 이기는 게임부터 했다. 마구 던졌다. 로봇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조금 풀렸다. 바로 옆 부스에선 VR기기를 쓴 뒤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을 사격해 쓰러트렸고, 야구게임에선 가상의 투수가 던진 공을 받아쳐 담장 밖으로 넘겼다. 이제 앙금은 완전 사라졌다.
몸을 썼으니 이제 머리를 쓸 차례. ‘KT 5G 미션룸’은 이른바 방탈출 게임이다. 5개 방에 차례로 들어가 주어진 문제를 풀고 얻은 숫자를 도어록에 입력해 나오면 된다. 특정 문구를 보고 외운 뒤 VR영상에 나온 단어를 하나씩 조합해 외치면 미션 클리어. 삼면에 카메라가 달린 넥밴드를 차고 스마트폰을 통해 뒤에 있는 인형의 색을 외워 차례로 나열하면 또 클리어. 마지막 미션 전에 있는 (동네마다 이름이 다른)‘방방’ 또는 ‘퐁퐁’은 아이와 함께 찾은 방문객을 위한 보너스 공간이다.
AI가 산업현장 지휘
5G 시대에 산업현장은 어떤 변화를 맞을까? ‘KT 5G 스마트 팩토리’에선 미래 작업공간을 미리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건 원격지원. AR글래스를 쓰고 정면 기계를 보자 오른쪽에 채팅창이 떴다. 결함을 고쳐줄 ‘수리기사’다. 그와 함께 기계를 살펴봤다. 이윽고 문제가 생긴 작은 판을 발견하고 빨갛게 칠한 뒤 열어보라고 했다.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원격으로 안내해주는 기술을 통해 보다 빠르게, 먼발치서도 문제점을 파악한 것이다.
일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 ‘360도 smart surveillance’에서 아무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화면 앞에 섰다. 가느다란 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은 뒤 필수지만 없는 보호장구를 표시해 알려줬다. 헬멧을 쓰고 와서 다시 서자 머리 부분만 ‘OK’ 사인을 받았다. 작업자의 안전을 살피는 일종의 CCTV 같은 것이다. ‘KT 5G 스마트 팩토리’에 나온 기술들은 이미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 나와 화제가 됐었다.
체험관에선 공연이 항시 진행 중이다.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가수는 한류 스타 ‘2PM’. “put your hands up”을 계속 외치며 쉴 새 없이 ‘cheer up’ 해준다. 이들이 지치지 않고 열창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홀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꽤나 사실적이라 무대 앞에선 “이야 (2PM이)진짜 온 거 같은데” 같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진짜 공연은 체험관 운영 종료 전날인 29일 열린다. KT가 2016년부터 매년 2030세대를 위해 개최하고 있는 ‘#청춘해 콘서트’를 이곳에서 오후 8시에 연다. 프로듀스 101 출신 남성 듀오 JBJ95, 싱어송라이터 치즈와 소수빈이 공연과 함께 공감토크도 진행할 예정이다. 티켓(1000원) 수익 전액은 ‘KT그룹 희망나눔재단’을 통해 ‘청각장애 아동 소리 찾기’ 기금으로 쓰인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