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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주총⑤] 엘리엇·KCGI…‘행동주의 펀드’의 두 얼굴

그들의 반란 뒤에 감춰진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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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9.03.21 10:43:55

올해 주총시즌의 키워드로 ‘행동주의 펀드’가 부상하고 있다. 보통 해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엘리엇, KCGI 등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국내 주요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KCGI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한진칼의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로고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요 기업들의 3월 정기주주총회가 전자투표제 확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자율지침) 등 주주권 강화로 여느 때보다 활기를 띄고 있다. CNB는 주총 시즌에 맞춰 분야별로 주요 이슈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일부 대기업들의 주총에서 주목받고 있는 엘리엇, KCGI 등 일명 ‘행동주의 펀드’들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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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총시즌의 핵심 키워드로 ‘행동주의 펀드(activist funds)’가 부상하고 있다.

우선, 국내 사모펀드인 KCGI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KCGI는 한진칼에 독립적인 감사 1명,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고 이사의 과도한 보수를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도 반대하고 있다. 조 회장이 한진칼 주식 일부(3.8%)를 차명으로 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2.0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진칼은 대한항공(29.62%)과 진에어(6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KCGI의 한진칼에 대한 요구가 수용될 경우 그룹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KCGI의 이런 주장은 한진그룹이 최근 총수일가의 갑질과 배임 논란 등 여러 가지 악재성 이슈에 시달리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진그룹은 KCGI의 주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진 측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총에서 KCGI의 주주제안을 조건부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KCGI 측은 “건전한 제안을 봉쇄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CNB에 “KCGI가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KCGI의 제안을 상정할지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결과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 조건부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오는 22일 열리는 현대자동차 주총을 겨냥하고 있다. 엘리엇은 엘리엇어쏘시어츠LP와 포터캐피탈LLC 등을 통해 현대차(2.9%)와 현대모비스(2.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1주당 2만1967원,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 2만6399원의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총 8조3000억원 규모로, 현대차 측에서 제시한 배당액보다 6~7배 정도 많다. 또 엘리엇은 현대차(3명)와 현대모비스(2명)에 외국인 사외이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CNB에 “대부분의 의결권자문기관과 국민연금공단은 엘리엇의 고배당 안건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며 “현재로서는 자동차업계의 전망이 불확실하고 미래투자 수요도 많기 때문에 부적절한 제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 기업에 궁긍적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보통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문제가 있거나, 배당성향이 낮은 곳에 투자해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남기고 빠르게 떠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엘리엇이 고배당을 요구한 현대자동차 로고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벼운 몸가짐…신뢰 잃어

행동주의 펀드들은 한국 기업에 궁극적으로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걸까.

이들은 주로 해외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 글로벌 사모펀드다.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문제로 기업가치가 줄어든 곳이나, 실적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은 곳에 투자하고, 경영정상화 또는 배당 확대를 통해 단기적인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이런 주장은 경제민주화 흐름과 맞물리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들을 보면 이런 글로벌 자본의 요구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체질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경영권 위협 등 안정성을 흔드는 이중적인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다.

실례로 1999년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지분(9.85%)을 인수했다. 다른 4개의 펀드와 연합한 타이거펀드는 경영진 교체와 사외이사제 도입, 해외에 투자할 경우 주주 동의 등을 요구했다. 결국 SK텔레콤 측은 사외이사와 배당금 확대 등 일부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타이거펀드는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매각해 63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2003년 영국계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지분을 14.99%까지 사들였다. 소버린 측은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비리 혐의 등을 받고 있던 오너일가의 퇴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소버린 역시 주가가 상승하자 9000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챙겨 한국을 떠났다.

2004년 헤르메스인베스트먼트는 옛 삼성물산의 주식 5%를 모은 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역시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나면서 단기투자에 머물렀다.

2015년에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구(舊)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해 파장을 일으켰다. 엘리엇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작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에 반대했다. 이런 영향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합병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오진원 연구원은 CNB에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한진칼에 대해서는 사모펀드의 의견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지금은 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이성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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