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정상화가 속도를 내면서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CNB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될 기업들을 다뤘다. (CNB=손정호 기자)
현지 롯데호텔, 장밋빛 기대감
항공업계, 베트남行 모처럼 봄날
범 현대가 기업들도 출전 채비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이에 따른 수혜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은 작년 1차 북미정상회담과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재개 및 확대, 북한경제 개방이라는 아젠다가 논의될 예정이다.
우선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지에 복합몰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가 떠오르고 있다. 롯데는 하노이에 롯데센터를 두고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호텔 등이 입점해 있고, 65층 최상부에서는 시내 전경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하노이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중 롯데호텔하노이는 5성급이다. 양국 정상의 숙소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회담을 취재하기 위해서 베트남을 찾은 각국의 취재진들이 머무를 수 있다. 동시에 홍보효과를 얻고, 백화점과 마트 등의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CNB에 “이번 회담을 계기로 훈풍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롯데호텔하노이의 컨벤션 장소를 사용하고 싶다는 언론사의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저가업체인 진에어와 제주항공 등이다. 정상회담을 전후로 우리 측 취재진과 관광객들의 항공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과의 대북 경쟁 예고
현대그룹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대북 7대 독점사업권(철도, 전력, 통신, 댐, 백두산 수자원, 통천비행장, 명승지 관광)을 갖고 있다. 현대아산은 남북경협이 중단되기 전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해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서 두 사업이 먼저 재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후 순차적으로 남북경협이 확대되면 현대아산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이자, 현대아산의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지분 69% 보유)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그룹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북한 내 사업을 중국 기업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현대그룹이 독점사업권을 강하게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범(凡) 현대가(家) 기업들도 첫 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해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다.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북한 내 경제특구 건설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북한 경수로와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을 건설한 경험이 있다. 현대로템은 철도 전문기업으로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로의 재료인 철강을 생산해 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내 건설사들도 대북사업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HDC현대산업개발, GS·SK·대우·두산·롯데·한화·호반건설, 금호·대림산업 등이다.
핵시설 폐기,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예상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은 어떤 흐름을 보이게 될까.
재계에서는 두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 알파를 내놓으면,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로 수용의 제스처를 보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긍정적인 요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경제라는 새로운 로켓을 얻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새로운 대북정책의 현실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팅이 열리는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치렀지만 경제를 개방한 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미래로 풀이될 수도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한반도통일경제TF팀장은 CNB에 “북미 사이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가 서로 주고받을 게 있다는 것이다. 양국은 진일보된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미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수준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에 조금 더 세밀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경협 확대라는 수순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것으로 봤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CNB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며 “북한도 상당한 준비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양국이 종전선언 등 과감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