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접두사로 쓰이면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 된다.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둔 지금, 함께 하므로 채워지는 성격의 봉사가 삼성·CJ·한화 등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지역 복지관을 찾아 명절 음식을 나누고, 아동센터 어린이와 민속놀이를 하는 등 이웃들과 충만한 설날을 보내기 위한 노력이 커지고 있다. (CNB=선명규 기자)
CJ, 아동센터서 명절 분위기 ‘UP’
삼성·한화, 계열사와 전국적 ‘나눔’
협력사 물품 대금도 앞당겨 지급
이어령 교수는 저서 <디지로그>에서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는다. 그리고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정월 초하루에 다 같이 음식과 함께 나이를 먹는 것은 한국의 전통 의식 중 하나다.
CJ그룹은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지역아동센터 100여곳을 찾아 이 오래된 의식을 치렀다. 임직원 500여명이 가서 센터 어린이들과 함께 떡만둣국, 전, 떡갈비 등 명절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재료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을 썼다. 이후에는 민속놀이와 레크레이션을 하며 명절 고유의 활기를 북돋았다.
CJ그룹 측은 이번 행사가 “음주 일변도 회식에서 벗어나 부서별로 공부방을 찾아 봉사하는 시간을 갖자는 ‘나눔 회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삼성, 설은 농가와 함께
매년 오는 설이지만 봉사 방식은 설빔처럼 새로워지고 있다. 올해는 기업들이 계열사, 협력사들과 전국 단위 대규모 나눔 행사를 진행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은 1월 중순부터 계열사들과 주요 사업장에서 설맞이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매마을 등의 농축산물을 임직원들에게 판매해 궁극적으로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 이 행사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이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과 기흥 나노시티를 목으로 삼았다.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자매마을, 사회적 기업의 한과, 굴비, 젓갈 등 300여 품목의 농축산물을 판매했다. 유아·아동용 도서 특가전도 열고, 신간 1만여권을 40~80% 할인된 가격에 내놓았다. 같은 기간, 구미 스마트시티에서는 경상북도 우수 업체 등에서 생산한 쌀, 사과, 한우 등 300여 품목을 선보였다. 앞서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 동안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삼성SDS는 지난달 31일 잠실캠퍼스 다목적홀에서 자매마을과 함께 하는 ‘설맞이 놀이/장터 한마당’을 개최했다. 특산품과 전통 먹거리를 파는 것은 물론 윷놀이, 오자미 던지기, 룰렛 돌리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추위를 잊게 했다.
한화그룹 ‘백사백색’ 나눔 활동
한화그룹 15개 계열사는 29개 사업장에서 ‘백사백색(百社百色)’ 설맞이 봉사를 가졌다. 나눔의 방식과 행선지가 다채로웠던 것이 특징.
지난달 23일 한화건설 임직원 30여명이 찾은 곳은 서울 동작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였다. 여기서 명절음식을 만들고 지역 주민과 나눴다. 이틀 뒤에는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설 선물세트를 전했다.
지난달 3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는 성남시자원봉사센터와 함께 하는 사랑의 떡국나눔 행사를 열었다. 임직원 등 약 90명이 이웃에게 전달할 떡국용 떡, 한우, 한과 등 설 음식 500개 세트를 포장했다.
사업성격과 연계한 나눔활동을 기획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방위산업체인 한화시스템은 1일 서울 중부보훈회관을 방문해 지역 유공자들에게 명절 음식과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한편, 설 연휴 시작을 앞두고 협력사의 원활한 자금 운영을 위한 물품 대금 처리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은 1조3000억원을 평소 대비 1~2주, LG는 7000억원을 예정일보다 최대 10일 앞당겨 지급했다. 한화그룹(900억원), 롯데그룹(8000억원), 아모레퍼시픽그룹(770억원)도 당초보다 앞서 거래 대금 지급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