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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자가충전 빌딩·일회용품 아웃…하나은행·락앤락 ‘녹색 열풍’

“자연이 우선”, 기업들 ‘별난 공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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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9.01.14 09:33:00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플레이스 원(Place 1)은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친환경성' 등을 인정 받아 제36회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사진=선명규 기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친환경 건축과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전력 자급자족형 빌딩인 KEB하나은행의 ‘플레이스 원’,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한 락앤락의 라이프스타일 매장 ‘플레이스엘엘’이 대표적인 사례. 이들 외에도 여러 대기업들이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하며 ‘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텀블러, 에코백 등 친환경용품들의 판매율도 치솟고 있다. CNB가 기업에 불고 있는 ‘녹색 바람’의 현장을 다녀왔다. (CNB=선명규 기자)

건물 외벽을 ‘태양광 패널’로
삼성·SK, 사내 ‘플라스틱 아웃’
친(親)환경에서 필(必)환경으로



하나은행, 만화 같은 ‘착한 빌딩’

녹색건축하면 과거엔 외벽을 둘러싼 담쟁이넝쿨을 떠올렸었다.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패널이 대표 이미지가 된 것은 그다음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플레이스 원(Place 1)은 이런 통념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 건물을 인근 초등학생들은 “대왕문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악당(데비 존스)”이라고 부른다. 문어 빨판을 닮은 돌기들이 여기저기 삐죽 나온 독특한 외관 때문이다. 만화영화를 박차고 나온듯한 디자인은 통통 튀지만 기능은 가볍지 않다. 발코니이기도 한 이 돌출 부분이 여름철이면 차양(遮陽)이 되어 냉방비 절감 효과를 낸다. 담쟁이넝쿨의 진화형인 것이다.

환경 친화적인 이 빌딩의 진가는 남쪽 벽면에 설치된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에서 나온다. 벽을 가득채운 두 개의 대형 패널이 태양열을 흡수해 에너지로 전환시키기 때문.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건물에서 바로 활용된다. ‘에너지 자급자족형’ 빌딩인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 제36회 건축상 대상으로 플레이스 원을 선정하면서 “리모델링, 친환경성, 녹색건축, 앞선 기술의 도입 등 이 시대가 건축에게 요구하는 덕목을 두루 갖췄고, 이를 뛰어난 조형과 공간으로 녹여낸 건축적 성취가 탁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건물 남쪽 벽면에 설치된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 'BIPV' (사진=선명규 기자)


매장도 회사도 “자연 위주로”

자연에서 에너지를 끌어 쓰는 ‘착한 건물’ 함께 자연에 유해한 요소를 배제한 ‘착한 공간’이 뜨고 있다.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한 회사, ‘일회용품 아웃’을 내세운 매장의 등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경기 단원구에 있는 락앤락 플레이스엘엘. 2층에 위치한 카페엘엘에서는 일반카페와 다른 생소한 풍경을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우선, 테이블 위에 종이컵은 물론이고 머그잔도 없었다. 손님들은 똑같은 모양의 이 회사 텀블러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흔히 빈컵을 반납하는 자리에는 컵을 씻는 ‘세척존’이 마련돼 있었다.

계산대로 가서 59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직원은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은색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내줬다. “나갈 때 가져가도 좋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메뉴판을 보니 다음에 텀블러를 가져오면 1500원(아메리카노 기준)에 커피를 리필해준다는 안내가 쓰여 있었다.

이 룰에 익숙한 듯,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텀블러를 입장권이나 파우치처럼 손에 쥐고 나타났다. 2~60대 여성부터 넥타이 맨 남성까지 겉모습도 각양각색.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즐기는 ‘가성비’에 작은 실천으로 환경을 보호한다는 ‘가심비’가 더해져 소지품의 통일을 이뤄낸 것이다.

이 매장에서 다회용기에 담기는 것은 음료뿐 아니다. 1.5층에 있는 ‘무명식당’에서 판매되는 잡곡은 거푸 쓸 수 있는 락앤락의 전용용기에 실려 나간다. 다른 제품 구매 시에도 마찬가지. 종이쇼핑백에 담아주거나, 장바구니로 활용 가능한 전용가방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일회용 쇼핑백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락앤락의 라이프스타일 매장 플레이스엘엘 2층에 위치한 카페엘엘(위)과 1.5층에 있는 무명식당. 여기서 판매하는 커피 등 음료와 잡곡은 락앤락 용기에 담겨 나간다. (사진=선명규 기자)

 

쇼핑 트렌드도 ‘친환경’

‘녹색 바람’은 몇몇 특별한 공간에서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회사와 각 사업장에서 ‘환경 캠페인’을 펼치며 플라스틱 덜어내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의 경우 테이크아웃 메뉴를 제공하는 사내식당에서의 플라스틱 감축을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플라스틱과 비닐 재질을 재생종이로 변경하고, 1회용 숟가락과 포크의 비닐포장은 제거, 플라스틱 소재 포장음료는 축소, 에코백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11월 본사(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대규모 환경보호 캠페인을 가동했다. 대원칙은 크게 세 가지. 사내에서 개인 머그컵·텀블러 사용, 꼭 필요한 경우에는 유리병이나 캔, 무색 페트병 음료를 우선 구매, 외부 테이크아웃 컵 반입 금지다. 여기에는 서린빌딩에 입주한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K이노베이션, SK(주)가 동참한다.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 사내 식당에서 임직원들이 테이크아웃 음식이 담긴 재생종이 봉투를 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매장, 기업 등에서 불기 시작한 환경보존 열기는 소비 패턴의 변화도 가져왔다. 일상에서 쉽게 쓰던 일회용품 소비는 줄고 친환경 제품의 구매 비중이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 사이트 G마켓이 지난해 12월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간 텀블러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그컵 매출(18%)도 늘어난 반면, 테이크아웃컵 매출은 14%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비닐봉지 판매가 4% 감소할 때 대체제인 에코백(36%), 타포린 소재 가방(51%)의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옥션 조사에서도 이 기간, 텀블러 판매는 21% 늘었고 머그컵과 에코백 매출은 각각 10%, 20% 올랐다. 그러나 비닐봉지는 –4%, 종이컵 –8%, 나무젓가락은 –12% 역신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작년부터 정부가 환경 관련 정책을 연이어 내놓는 등 주요 이슈가 되면서 이왕이면 자연에 무해한 제품을 사려는 ‘착한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친(親)환경에서 필(必)환경으로 인식이 전환되는 모양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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